사람들은 왜 쫓겨나는가?

놀랍도록 성실하고 예상 밖으로 아름다운 책을 추천한다.

책: 쫓겨난 사람들, 도시의 빈곤에 관한 생생한 기록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쫓겨난 사람들

매튜 데스몬드, 동녘

밀워키에 사는 흑인 여자 셰리나는 영리한 투자 끝에 건물주가 되었다. 그는 방세를 못 낸 다리가 없는 흑인 남자 세입자 러마를 퇴거시킨다.

러마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이다. 밀워키가 탈산업화되며 일자리가 줄어들자 마약중독 노숙자가 된다. 그는 어느 날 약에 취해 동상에 걸리고 의식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다리가 없다. 그는 더러운 아파트에 방세를 내는 대신 페인트칠을 해주며 전전한다.

TV 드라마가 떠오르는 수준의 빠른 템포와 현실적인 에피소드. 넷플릭스 신작이 아니라 하버드 대학교 사회학 교수 매튜 데스몬드가 쓴 <쫓겨난 사람들>의 첫 부분이다.

<쫓겨난 사람들>은 밀워키의 퇴거자에 대한 논픽션이다.

사회학자가 퇴거자를 주제로 쓴 책이라면 왠지 우울하고 재미없고 딱딱하고 읽는 사람을 비난할 것만 같다.

정반대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읽으면 내리는 역을 놓칠 만큼 재미있다.

퇴거자로 대표되는 빈곤과 빈곤으로 대표되는 불평등은 말하기 까다로운 주제다. 문제의 핵심을 간결하게 말할 수 없어서다. 저자도 한쪽으로 쏠리는 실수를 경계한다.

진보적인 사람들처럼 구조적 문제에만 천착하지 않는다. 보수적인 사람들처럼 개인의 결함을 탓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조금 더 멀리 떨어져 문제의 본질 자체를 관찰한다. ‘가난은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모두 얽혀 있는 관계’이며 ‘가난을 이해하려면 그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매튜 데스몬드는 답을 내리는 대신 계속 물었다. 그는 퇴거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퇴거는 얼마나 현저한가? 그 결과는 무엇인가? 퇴거당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난한 가족이 집을 빼앗기면 어디로 가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려고 그는 엄청나게 취재하고 기록했다. 등장인물 8명, 임대업자 30명, 책에 안 나오는 사람 100명을 만났다. 사진도 수천 장 찍었다. 녹취록과 메모는 5000장 분량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초고를 쓰고 사실 확인을 거친 결과 이 기념비적인 책이 태어났다.

<쫓겨난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고 필연적으로 슬프며 예상 밖으로 아름답다. 개개인의 사례와 사회학적 데이터를 접목시켜 설득력도 아주 크다.

이 책의 제목인 ‘쫓겨난 사람들’은 사회 불평등의 상징인 동시에 그 자체로 인간 존엄의 상징이다.

“(가난한 이들의) 모든 행동은 이들이 고난 앞에 무릎 꿇기를 얼마나 우아하게 거부하는지를 내게 상기시켜준다. 가난이 아무리 만연했다 해도 그들의 뿌리 깊은 인간성까지는 건드리지 못했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