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삼각파도

2018년 부동산 시장 전망. 홍수냐 표류냐?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부동산만큼은 ‘아픈 손가락’이다. 2016년 말 세계 유명 연구소들은 한국의 2017년 경제성장률을 2% 중반으로 예상했고, 노무라 증권의 경우 1.5%의 불황을 외쳤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은 3%를 훌쩍 넘겼다. 코스피는 5년 넘게 갇혀 있던 박스권을 상향 돌파했다. 소비 지표가 아직 부족하지만 개선되는 모습이 확연하다. 하지만 부동산만큼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물론 이 대목에서 “왜 부동산 가격은 꼭 떨어져야 하죠? 오르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언젠가부터 반드시 안정화돼야만 하는 존재가 된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자신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했고 실제로 상당히 정교한 규제책을 치밀한 계획하에 차근차근 발표해나갔다. 지난해 정부는 총 다섯 번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6·19 대책(조정 대상 지역 지정) → 8·2 대책(투기 및 투기 과열 지구 지정+대출 규제 강화) → 9·5 추가 대책(투기 과열 지구 추가 지정) →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 → 주거 복지 로드맵(공공 주택 100만 호 공급) 순서다. 보고만 있어도 숨이 가쁠 정도로 시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다.

지방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정작 서울 아파트는 5월 이후 평균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만 보면 5% 상승에 달할 정도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말 기준 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인상하면서 우회적인 압박을 시도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그렇게 정부는 다시 부동산 문제를 등에 업은 채 2018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곧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새해 한국 부동산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삼각파도(三角波濤)를 만나기 때문이다.

첫 번째 파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오는 4월 1일 이후부터는 다(多)주택자 대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제도가 시행된다. 다주택자가 청약 조정 대상 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는 양도 차익에 대해 기존 양도세율(6~42%)에 더해 2주택자는 10%p, 3주택자는 20%p 각각 가산된다. 즉 집을 5채 보유한 사람이 집을 팔았을 때 이익의 최대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시행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정말 무서운 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직접 거주하지 않았더라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최대 ㅇ% 공제율이 적용됐지만, 4월 1일부터 다주택자는 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가령 이런 거다. 5주택 보유자 A 씨가 15년 동안 보유한 서울 아파트를 5억원 남기고 매도한다고 해보자. 만약 4월 이전에 매도하면 1억29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4월이 지나면 양도세가 20%p 중과되고, 장기 보유 특별 공제도 사라져 총양도세가 3억원이 넘는다. 세금 부담이 무려 1억7600만원(142%)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강남 쪽의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15년 이상 장기 보유자들이고 양도 차익 역시 웬만해선 5억원 정도는 훌쩍 넘고, 추가 세 부담도 3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다주택자들은 1분기(1~3월) 중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매도를 할지, 아니면 모든 것(집)을 들고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버티든지 말이다.

물론 정부는 이들을 위한 ‘퇴로’를 마련해놓았다. 바로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이다. 다주택자가 공식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정책이다. 이것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시행착오에서 나온 산물이다. 2006~2007년 정부는 보유세와 양도세 모두를 올려놓고 퇴로를 막은 채 시장과 승부를 벌였다. 그러자 오히려 반발이 거셌고 결사항전으로 달려들었던 것. 그래서 이번엔 공식 퇴로를 설치했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은 중기적으론 세수 확보 채널이 된다. 정부는 아마도 1분기 중 다주택자들이 물량을 좀 던져서 가격도 하락하고 공급 초과 상태가 연출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실제 그럴 확률도 꽤 높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면?

두 번째 파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는 이미 지난 8·2 대책이나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을 통해 윤곽은 드러났다. 그런데 포인트는 새해부터 실제 적용된다는 데 있다. 1월부터 서울·부산·세종 등 청약 조정 지역에는 신(新)DTI(총부채 상환 비율)가 적용된다. 지금까지 주택 담보 대출이 있는 사람이 다시 대출을 받아서 집을 또 매수할 경우 기존 대출의 이자만 DTI에 반영했다. 하지만 신DTI에서는 원리금으로 합산된다. 쉽게 말해 서울 아파트를 이미 대출받아 구입한 사람이 또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게다가 하반기엔 대출 규제 결정판이라는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이 적용된다. DSR은 돈 빌린 사람의 주택 담보 대출에다 신용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금, 전세 담보 대출(이자) 등 모든 대출 원리금을 합산한 후 자신의 소득과 비교해 대출 한도를 잡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번 여름 이후에는 연봉이 5억원쯤 된다면 몰라도 웬만해선 실수요 외에 투자로 부동산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진다.

이런 대출 규제가 부동산에 치명적인 건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선 30% 정도 수요 감소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만 난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면 새해는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1월 기준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은 1분기 중에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대출에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경향이 된다. 특히 이렇게 대출이 막히면 아파트 분양 시장은 훨씬 더 힘들어진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부활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의 최대 절반을 사실상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대출 규제에 더해서 초과이익환수제가 맞물릴 경우 그간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 상승의 스타트를 끊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파워가 상당히 약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선봉대가 주춤할 경우 꽤 오랜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의 침체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 두 번째 파도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1100조원에 달하는 단기 부동 자금이다. 우린 돈이 없지만 지금 시중에는 2일 내에 캐시로 찾을 수 있는 돈이 1100조원이 된다. 따라서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이 서울 아파트를 싹쓸이할 것’이라면서 정부 규제가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일견 타당하기도 하지만 이 부동 자금이 과연 부동산으로 유입될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금리가 오르는데 세금 부담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부동산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분명 이 두 번째 파도도 넘는다면 또 넘을 수도 있겠다.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은 다가올 삼각파도를 너무 잘 넘어도 걱정, 휩쓸려 표류해도 걱정이다. 그냥 적당히 물도 좀 먹고, 물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은근슬쩍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

세 번째 파도.
정녕 보유세뿐인가

아직도 강남 아파트 매매 시장은 매도자가 압도적 우위이다.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갑이고, 사려는 사람은 15억, 17억원을 싸 들고 가도 매도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남 아파트가 버티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절대 잡히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매달 0.5%p씩 금리를 올리거나, 느닷없는 대불황이 와서 주택 담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을 뺏기는 상황이 아니라면 서울 아파트 집주인들이 강남을 바라보며 악착같이 호가를 올리며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만들어내는 두 번째 파도도 잦아들 가능성이 있는데, 만약 오는 8월쯤에도 여전히 서울 아파트 가격이 승승장구한다면 결국 정부는 마지막 카드를 뽑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예상했겠지만 바로 보유세이다.

물론 그 전에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도 있기는 하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상승폭을 일정 수준(연 5% 정도) 이하로 묶는 것이다. 이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과 짝을 이루는데 현재 계획은 현행 2년의 계약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는 한번 전월세 계약을 하면 연간 5%씩 최대 20% 인상에 4년간 거주의 안정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전월세 상한제의 경우 부작용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첫째는 사적 계약과 사적 재산에 공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시장경제의 원론적인 문제이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겠다는데 이걸 과연 법으로 상한선을 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의문이고, 반대로 전세 가격이 떨어질 경우에는 그럼 당국에서 이를 보전해줄 것이냐는 반문이다.

둘째 문제는 상당히 현실적인 건데, 정말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 청구권이 시행된다면, 직후 체결되는 첫 번째 임대차 계약은 무조건 10% 이상 올라 부동산 시장이 2년 가까이 요동을 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집주인이 인상 폭이 한정되는 점을 감안해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 자신의 프리미엄을 모두 반영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당국에선 이 카드를 2020년까지 아껴두기로 했다. 우선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독려하는 작업이 먼저라고 보고 취득세, 재산세 그리고 양도세 관련 세제 혜택이란 ‘당근’을 먼저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에 남은 카드는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보유세를 다시 꺼내 드는 것이다. 세 번째 격한 파도인 보유세가 결국 마지막 승부이다.

하지만 난 부디 정부가 보유세 카드를 사용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현시점에서 보유세가 등장하면 이제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담론으로 전선이 확대될 것이고, 정말 어렵게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우리 사회가 다시 여러 갈래로 찢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지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현재 지지율이 너무 높기 때문에 더욱더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여름, 가을까지 서울 강남 아파트가 여전히 급등 랠리를 펼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정말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난 차라리 보유세 대신 정부가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해 ‘강남 재건축 사업 무조건 60층 이상’ 같은 대규모 공급 확대 정책으로 돌아서는 게 맞다. 어쩌면 그게 진정한 삼각파도의 완성이 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2018년 새해 첫 달의 이슈가 또 부동산이 됐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삼각파도를 다 넘고 강남 아파트가 정말 평당 1억원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마음 한편에 있다. 그러나 난 정말 평당 1억원이라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새해에는 서울 아파트가 삼각파도의 격랑 속에 휩싸일 것이라 전망한다. 부동산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대외적 여건의 부정적 영향이 파도의 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7년부터 시작해 2019년 초까지 쏟아질 입주 물량(오피스텔 포함) 86만 가구도 변수다. 그래서 이미 시장에선 일명 ‘깡통 전세’와 ‘역전세난’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서울 아파트나 강남 아파트 공급은 거의 없어”라면서 이 지역은 더 가격이 오를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공급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특히 불황이라도 겹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은 삼각파도를 너무 잘 넘어도 걱정, 휩쓸려 표류해도 걱정이다. 그냥 적당히 물도 좀 먹고, 물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은근슬쩍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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