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스포츠, 배구

배구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즐겁고 흥분되는 스포츠다.

 

‘발라드’라는 말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백과사전에 나온 단어의 정의는 이렇다.

“자유 형식 소서사시, 또는 담시(譚詩).”

설명이 이어진다.

“오늘날엔 대중가요 가운데 낭만적인 사랑 노래를 일컫는다. 재즈 연주에서는 원곡 멜로디를 살리면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발라드 연주라고도 한다.”

발라드라는 단어의 어원이 라틴어 ‘발라레(ballare)’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춤춘다’라는 말에서 파생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라레의 어원은? 분분한 학설 사이로 역사를 거슬러 오르다 보면 ‘볼(ball)’까지 이른다는 주장이 눈에 띈다.

처음 공을 만든 사람들은 공을 가지고 어떻게 놀았을까?

많은 스포츠인류학자들이 던지고 받으며 즐겼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걸로 성에 차지 않자 공을 갖고 노는 행위에 리듬을 입혔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면서 던지고 받았던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발라레와 발라드로 이어졌다는 주장. 썩 그럴듯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공에는 음악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나는 배구가 그런 공의 원초적 특징이 가장 잘 살아 있는 구기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응원하는 팀의 코트로 공이 넘어갈 때 관중이 외친다. “하나, 둘, 셋!” 마지막 ‘셋’이라는 구호와 함께 상대 팀의 코트에 내리꽂히는 공, 그때의 쾌감. 또는 그런 상대의 스파이크를 딱 가로막는 블로킹…. 박자에 맞춰 기대했을 때 그 힘으로 폭발하는 감당치 못할 흥분.

물론 그런 리듬감은 배구와 함께 겨울 실내 스포츠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농구에도 있다. 동료의 패스를 받아 자연스럽게 던지는 유려한 3점 슛, 가드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아 장렬하게 내리꽂는 덩크슛… 공에 담긴 리듬감을 살려내지 않고서는 결코 멋있어질 수 없는, 살려내기만 한다면 더없이 멋진 그런 것.

천변만화의 스포츠 배구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배구와 농구의 차이도 있다.

배구에서는 랠리가 이어질 때마다 리듬감이 연출된다. 그 끊임없는 리듬감은 경기 내용과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느 한 팀의 리듬이 최고조에 이른 반면 상대 팀의 호흡이 툭툭 끊겨 있을 때 믿어지지 않는 역전극이 펼쳐진다. 기세를 타기만 하면 통쾌하게 거푸 득점한다. 그것이 배구이며, 그것이 리듬에서 비롯된 배구의 매력이다.

구기 종목 가운데 경기장이 아주 작은 축이다.

가로세로 9미터 규격 정사각형은 여섯 명의 선수들이 들어서기엔 좁아 보인다. 네트 너머의 또 다른 정사각형에서 공이 넘어오면 선수들은 그 좁아터진 곳 안팎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세 번의 터치 안에 다시 네트 너머로 공을 넘겨야 한다.

선수들 사이의 리드미컬한 호흡이 흐트러진다면 성공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대를 혼란시키기 위해 예상치 못한 리듬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속공이다. ‘하나(리시브), 둘(토스), 셋(스파이크)’으로 이어지는 정상적 리듬의 평범한 오픈 공격보다 더 빠른 공격, 이른바 속공은 배구에서 자주 쓰는 변칙 공격 방법.

세터가 공을 1미터 이내의 거리에 슬쩍 올려두면 공격수가 재빠르게 공격하는 전통적 방식의 속공을 A퀵이라 한다. 그보다 더 멀리 토스해서 속공을 이어가는 것은 B퀵이다. 세터의 토스가 뒤로 향할 경우 A퀵과 B퀵을 백 A퀵(또는 C퀵), 백 B퀵(또는 D퀵)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퀵 오픈이라는 것도 있다. 오픈 공격도 아니고 속공도 아닌, 둘 사이 가운데쯤 자리하는 공격이다. 그 밖에도 배구 공격 전술은 세터의 토스, 공격수의 위치, 공격의 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시간차 공격, 이동 공격, 후위 공격, 연타(페인트) 공격 등이 있다.

대응하는 수비 전술도 다양하다.

공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배구엔 다채로운 수비 전술과 전략이 엄연하게 존재한다. 이 ‘다채로움’의 기준은 후위 가운데 선수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앞줄에 세 명, 뒷줄에 세 명. 이렇듯 배구의 포메이션은 딱 정해져 있다.

어떤 팀도 이 규칙을 어기지 못한다. 로테이션 규정(한 플레이가 끝난 후 어느 한 팀의 점수가 올라갔을 때 선수들이 자리를 규칙적으로 옮겨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가는 벌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배구의 수비 작전은 뒷줄 가운데 선수의 위치로 결정된다.

가장 흔히 쓰는 포메이션은 ‘라운드 시스템’이다. 뒷줄 가운데 선수가 양쪽 가장자리 선수들보다 약간 뒤쪽에 자리 잡는 모양새다. 셋을 이은 가상의 선이 둥글게 보인다고 해서 ‘라운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시스템에서는 선수들이 블로커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상대 공격에 대응한다. 상대의 공격 유형을 꿰뚫고 있다면 효율적이지만 상대 공격 전술이 예상보다 더 다양한 경우나 높은 타점의 예리한 대각 공격에는 허점을 보일 수 있다.

뒷줄 가운데 선수가 양쪽 선수들보다 훨씬 뒤에 자리 잡는 경우는 ‘브이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셋을 이은 가상의 선이 알파벳 V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핵심 수비수가 코트 뒤쪽에 처져 있어 상대적으로 더 넓은 지역을 감당할 수 있지만 상대의 짧은 공격엔 약하다. 따라서 앞줄 가운데 선수(센터)의 블로킹이나 수비력이 강할 때 사용한다.

그 밖에도 배구의 수비 시스템 종류는 다양하다. 뒷줄 가운데 선수가 수비 기량이 좋아 양쪽으로 폭넓게 움직이며 가장자리 뒤쪽까지 커버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슬라이드 시스템’, ‘스윙 시스템’ 등으로 부른다.

상대 공격력이 약하면 뒷줄 가운데 선수가 전진한다. 강하지 않은 상대의 공격은 으레 짧게 마련이고, 그럴 때 쓰는 대표적 공격 방식은 연타다. 그런 공격에 대비하려면 핵심 수비수가 앞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이런 수비 진영을 ‘업 시스템’이라고 한다.

배구에서 수비 한 사람 한 사람의 위치와 역할은 매 수비 때마다 달라진다. 일일이 종류를 따지기가 무의미해 보일 정도다. 코트가 좁은 만큼 전술도 단순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래서 섣부르다. 변화무쌍 천변만화의 스포츠, 그것이 배구다.

가로세로 9미터의 정사각형 두 개가 맞붙어 있는 코트. 그 위에서 장대한 선수 열두 명이 네트를 중심으로 대치하고 있다. 그들은 톱니바퀴처럼 찰칵찰칵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공의 흐름을 쫓는다. 공을 결코 자기 쪽 코트에 떨어뜨려선 안 된다. 그랬다가는 상대 팀에 1점을 헌납하게 되고 그런 실수가 이어지면 끝내 패하게 된다.

모름지기 배구 선수는 공이 상대 코트 안에 더 자주 떨어지게 하도록 애써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리듬. 그 템포는 마치 댄스 스포츠의 스텝처럼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한다. 그 리듬이야말로 배구의 정수이며 다른 어떤 스포츠도 갖지 못한 배구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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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 유준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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