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에서 생긴 일

뮤지션들이 대기실에서 필요로 하는 것? 성격과 취향이 낱낱이 적힌 대기실 리스트를 털어봤다.

뮤지션의 대기실 위시 & 체크 리스트인 ‘라이더’. 백스테이지에서 갖춰야 할 요청 목록을 뜻하는 말이다. 월드스타들은 대기실에서 무엇을 먹고 어떤 징크스를 가지고 있을까? 생수, 맥주, 위스키, 보드카 등 취향에 맞는 다량의 마실 것은 기본(물론 선별된 브랜드가 중요!), 냉동 풋콩 혹은 산소통과 마스크까지, 사적 취향이 적힌 라이더를 통해 스타의 민낯을 들여다 봤다.

A 타입: 언제 어디서나 미식가

스타라면 생수 한 병의 브랜드까지도 일일이 정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맛은 모두 다르고, 목을 보호해야 하니 익숙한 것을 찾는 건 까다로운 축에도 들지 않는다!) 빵을 뺀 치즈버거(브리트니 스피어스), 도자기 그릇에 담긴 중국요리(닐 다이아몬드), 검은 점이 한 개도 없는 샛노란 바나나(스콜피언스) 등 음식의 종류뿐만 아니라 레시피, 상태, 데코레이션까지도 꽤나 구체적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역대급 미식가는 2011년 내한했던 이글스. 샌드위치의 재료나 포장 하나하나를 일일이 적은 라이더 메뉴 항목만 21, 대기실 간식 비용만 1천만원이 넘었을 정도다. 

노엘 갤러거의 수많은 어록 중 하나! 육식외길을 주장하던 그는 최근 과일도 좀 먹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폴 매카트니가 2백여 명 스태프의 채식식단을 요청하는 완벽한 채식주의자라면 육식계 1등은 나의 몸 관리 비결은 고기와 담배, 맥주라는 명언을 남긴 노엘 갤러거. 와인 마니아로 유명한 스팅은 오직 와인만을 주문했다. “나를 포함한 밴드 멤버들 전원에게 질 좋은 프랑스산이나 칠레산 와인만 구해 달라.”며 2000년도 산의 까베르네 쇼비뇽 샤도네이 품종의 칠레와인, 혹은 프랑스 와인 같은 식의 아주 디테일한 항목이 적힌 리스트를 내밀었다.

그리하여 스팅이 마실 와인으로 선택된 것은 칠레와인 로스 바스코스. 스팅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 이후로 로스 바스코스는 ‘스팅 와인’이라 불린다.

B 타입: 왜죠?

때로 스타들은 이해할 수 없는 물품을 필요로 한다. 레이디 가가는 분홍색 음모가 달린 마네킹을 원하는 걸까? 어째서 퍼렐 윌리엄스의 대기실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사진이,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겐 액자에 담은 다이애나 공주의 사진이 있어야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퍼렐의 대기실엔 두 가지가 꼭 있어야 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사진과 수분 보충제! 인스타그램 @pharrell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물품으로 치자면 이 세 명의 래퍼들이 최고다. 퀸 라티파는 콘돔 한 상자, 50센트는 콘돔 두 상자, DMX의 경우엔 콘돔 세 상자…. (이거 스왜그?) 그런가 하면 섬뜩한 아우라를 자랑하는 마릴린 맨슨은 반전 감성을 보여준 스타다. 조명과 쇼파, 식탁 모두를 검은 색으로 바꿔 달라 하면서도 보라색 패키지로 된 산딸기 맛 스키틀즈와 땅콩버터 리즈비츠 크래커를 주문한 것.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뮤지션 중 하나인 마릴린 맨슨도, 입맛만은 소녀다.

콘돔 세 상자를 요구한 DMX. 공연 전인데 그렇게까지…? 인스타그램 @DMX

C 타입: 스케일이 달라

2012년 내한한 에미넴의 요청사항은 호텔방 온도였다. 호텔방의 최저기온은 18도지만 16도로 해 달라 주문한 것. 단 몇 시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허나 불가능이란 없었다. 그 촉박한 상황 속에서도 스태프들은 호텔방 천장을 뚫고 에어콘을 2대 더 설치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에미넴이 심하게 ‘쿨’했다면 셀린 디온의 경우엔 넘치는 교육열이 문제였다. 2008년 내한한 그녀가 별개의 온돌방을 요구한 이유가 바로 아들의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뜨끈하게 데워진 온돌방에서 특별교사와 함께 김밥도 말고 한복도 입어보는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Rap God’ 에미넴은 호텔의 쾌적한 온도-16도-외에도 25파운드의 아령과 즉석 점심 도시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인스타그램 @ Eminem

까다로운 취향과 스케일을 가진 스타들 중에서도 압권은 2012년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 엘튼 존이다. 대기실만을 담당하는 스태프를 둘 정도로 남다른 배포와 취향을 자랑하는 그는 깨알 같은 요구사항이 적힌 라이더를 전달해왔다. 당시 대기실이었던 올림픽 주경기장 VIP룸 소파 위에 실크 커버를 입힐 것, 대기실 벽면의 대부분을 나무와 꽃으로 채울 것, 나무는 반드시 활엽수로 할 것 등등. 1988년 이후 변함없는 컨디션을 유지하던 올림픽 주경기장 VIP룸이 호텔 스위트룸처럼 변했다니, 과연 슈퍼스타다운 스케일!

엘튼 존은 방을 안개꽃이나 백합처럼 소박한 종류가 아닌 탐스럽고 화려한 꽃으로 채우길 원했다. 스물 세 번쨰 기념일을 맞아 남편인 영화감독 데이비드 퍼니시로부터 받은 이런 장미 같은! 인스타그램 @Eltonjohn

D 타입: 칭찬해! 소박, 털털, 착한 취향

슈퍼스타라고 모두가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투어를 다닐 때마다 반드시 소박하게 현지 엽서 8개를 요구하는 콜드플레이(기념품일까?), 2012년 내한 당시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묵찌빠와 쎄쎄쎄를 하며 놀았다는 마룬파이브, 유아용 시리얼 한 상자를 원하는 존 메이어, 브랜드 가리지 않고 준비해주는 대로 맛있게 먹는다는 림프 비즈킷, 대기실에 쌓인 초콜릿 과자를 주머니에 두둑이 넣고 다니며 주변인들에게 나눠 주었다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평소 초딩 입맛을 자랑하는 존 메이어의 인스타그램에선 이런 게시물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 “이거 6세 어린이용 아니야?” 인스타그램 @johnmayer

그중에서도 가장 순박하고 착한 취향은 소유자는 제이슨 므라즈다. 일회용품은 절대 금지, 개인용 컵과 재활용 휴지통을 비치해 두어야 하는 것을 비롯해 모든 제품은 반드시 재사용이 가능한 것으로만 부탁했다. 간식 또한 특별하다. 아보카도 농장을 운영, 미국 ‘40살 이하 농부 40인’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정도로 프로 농부인 그의 필수품은? 언제 어디서나 싱싱한 아보카도를 갈아 마실 수 있는 믹서! 

제이슨 므라즈의 인스타그램은 아보카도와 고양이로 가득하다. 그가 직접 수확한 아보카도 런치. 인스타그램 @Jason_mr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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