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의 몸은 세월을 이긴다

맷 데이먼은 자신의 몸을 통해 세월에 맞서고 있다.

서재를 정리하려고 책장을 비우다가 오래전에 좋아하던 책을 발견했다. 내가 산 책이었나? 누가 선물했나? 그걸 기억하려고 파라락, 책장을 넘겨볼 때의 묘한 기분. 그러다 “우성이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 같은 것. 맷 데이먼을 어디서 처음 봤는지를 헤아리는 기분이 그런 순간과 비슷하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누군가는 <굿 윌 헌팅>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는 <커리지 언더 파이어>를 얘기하고 싶을지도. 그 시절의 맷 데이먼은 어리고 좀 지루한 느낌의 배우였다. 흰색 셔츠나 무채색 티셔츠에 면바지만 고집할 것 같은 남자이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맷 데이먼의 몸에 대한 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3년 <엘리시움> 개봉을 앞둔 시점이었다. 구글 검색창에 ‘matt damon el’까지 치면 ‘엘리시움 다이어트(elysium diet)’와 ‘엘리시움 보디(elysium body)’가 자동으로 완성된다.

머리는 완전한 삭발이었다. 몸은 근육 그 자체보다 어떤 정서를 강조하고 있었다. 덩어리는 크지 않았다. 도드라지는 잔근육도 없었다. 왠지 신경질적인 몸이었다. 건드리면 베일 것 같았다.

이 시기에 찍힌 사진에도 그런 분위기가 살아 있었다. 사진 속 맷 데이먼은 쑥색 면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시선은 오른쪽 길 건너를 향했다. 뛰어가서 죽일 것 같은 눈빛은 아니지만, ‘내가 지금 널 봤고, 그 얼굴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경고처럼은 보였다.

그때 4개월 동안 맷 데이먼의 몸을 책임진 트레이너는 제이슨 월시였다. 그는 말했다.

“영화 <인포먼트>를 위해 찌운 살이 정말 안 좋았어요. 어쩔 수 없었죠. 그런 캐릭터였어요. 일주일에 버거킹 햄버거를 네다섯 개씩 먹는 중년 백인 남자 역이었어요.”

제이슨 월시와 맷 데이먼은 아침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씩 운동했다. 이때 맷 데이먼은 42세였다. 두 사람은 이후 세 편의 영화에서도 함께였다.

<마션>에서는 우주에서 혼자 생존한 비행사의 몸을 만들었다. <그레이트 월>에서는 말을 타고 검을 휘두르는 데 적합한 몸이 됐다. 마침내 <제이슨 본> 촬영에 임박했을 때 맷 데이먼은 45세였다. 왼주먹 한 방으로 상대를 기절시키는 전직 특수 요원이었다.

맷 데이먼은 쑥색 면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시선은 오른쪽 길 건너를 향했다. 뛰어가서 죽일 것 같은 눈빛은 아니지만, ‘내가 지금 널 봤고, 그 얼굴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경고처럼은 보였다.

이렇게만 쓰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자칫 쉬워 보이기도 한다. 커리어의 정점에 있는 할리우드 배우와 최고의 트레이너가,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대가를 지불하고 만든 몸이니까. 목적이 있고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뭐 어렵겠느냐는 비아냥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몸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트레이너가 빚어주는 것도 아니다. 속임수 같은 건 통할 틈이 없다. 맷 데이먼은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아주 고통받았던 것처럼 보이고 싶다고 합시다.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은 실제로 고통받는 것뿐이에요.”

<E!>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렇게 하는 건 오로지 작품을 위해서예요.”

맷 데이먼의 필모그래피에서 몸이 도드라지는 영화의 비중은 의외로 낮다. 본 시리즈와 <엘리시움> <그레이트 월> 정도일 것이다. 그 외의 영화에서는 오히려 후덕하거나, 평소처럼 도톰하거나, 그저 건장한 백인 남자처럼 보인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다양한 형태의 영화를 하길 원합니다. 멍청해 보이는 코미디 연기를 한 적도 있고 역사를 다룬 서사 영화에도 출연했죠. 단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뿐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히스 레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테리 길리엄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난 지금 밴쿠버에 앉아 있어. 창밖을 보고 있어. 아름답고 화창한 날이야. 신호등이 빨간 불에서 초록 불로 바뀌고, 차들이 멈췄다가 달려. 내 주위엔 평범한 것들뿐이야. 그리고 그는 사라졌어.”

몸은 그대로 삶이다. 목적이 또렷한 남자의 몸은 세월에 굴하지 않는다. 서른 넘으면 근육이 풀리기 시작하고 마흔 넘으면 죽어도 뱃살을 뺄 수 없다는 말이야말로 오래된 변명 같다. 그건 노화가 아니라 게으름이다. 필요하니까 운동한다. 꾸준히 하면 딱 그만큼 변하는 게 몸이다.

맷 데이먼의 몸이 멋진 건 그래서다. 제이슨 본이 돼야 할 때는 정확히 그렇게 됐다가, 평소에는 일상을 즐기는 딱 그만큼으로 살면서 햄버거와 맥주를 즐길 줄 알기 때문이다. 몸을 위한 몸이 아니라 배우의 몸으로서 다채롭기 때문이다. 그렇게 20년 이상 배우로 살아온 세월이 그 몸에 그대로 묻어 있어서다.


당신의 몸을 위한 아주 사소한 조언

 

20대라면 뭐든지 해봐라.

나한테 꼭 맞는 운동이 있다. 빨리 찾을수록 좋다.

30대라도 뭐든지 해볼 수 있다.

수영, 권투, 테니스, 주짓수, 요가, 스쿠버다이빙, 암벽 등반까지, 목록 자체로 흥미진진.

40대도 다르지 않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야 중년 이후를 즐길 수 있다.

PT 회원권을 끊었다면 운동을 생활의 중심에 둬라.

귀찮을 때마다 빼먹을 바에야.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도 있다.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산책’이라는 단어가 느긋해 보이긴 하지만.

러닝머신 사지 마라.

옷걸이로 쓰는 사람 여럿 봤다.

무턱대고 뛰어서도 안 된다.

먼저 조깅을 감당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무릎이 고생할 수 있다.

근육을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무조건 전문가에게 배우는 게 좋다.

몸으로 배운 건 평생 간다. 그게 곧 재산이다.

각자의 동기를 찾아라.

막연하게 시작한 운동은 막연하게 끝난다.

습관이 될 때까지 해라.

그게 곧 마음의근육이다.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운동의 적은 타인이다.

반드시 근육질이 될 필요는 없다.

근육질이 되는 건 멀고 먼 미래의 일. 운동하는 시간 그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

젊었을 때 생각하면 안 된다.

운동을 잊은 몸의 근육은 순식간에 빠진다.

뱃살이 인덕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그냥 게으름.

지금의 무기력과 피로는 다 운동 부족 탓이다.

활기는 근육에 머물고, 피로는 지방에 쌓인다.

술 마시면서 살 빼야겠다고 다짐하지 마라.

술한테 부끄럽다. 술은 죄가 없는데.

전신 거울을 자주 봐라.

지금 내 몸, 생각보다 멋지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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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일러스트 박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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