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반떼, 승리와 관능의 이름

마세라티 유전자에는 아름다움이 새겨져 있다. 그들의 역사는 승리의 기술을 증명한다. 이젠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도 않는다.그렇게 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가 탄생했다.

르반떼, 승리와 관능의 이름 (마세라티)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MASERATI LEVANTE DIESEL
엔진 2987cc V6 | 최고 출력 275마력 | 최대 토크 61.2kg•m | 0 →100km/h 6.9초 | 복합 연비 9.5km/l | 가격 1억 1000만~1억 3300만원

한참을 둘러봤다.

멀리 서 있는 걸 보다, 점점 가까워질 때의 감상을 최대한 느끼려다, 바로 옆에 서서 문을 열기 전에는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봤다.

날카로운 헤드램프, 강인한 라디에이터 그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캐릭터 라인의 흐름과 차돌 같은 지붕 선을. 다시 멀찌감치 떨어졌다가 다가서길 몇 번이나 반복했다.

얼굴부터 엉덩이까지를 손등으로 살짝 쓸어봤다. 그 차갑고 부드러운 면의 굴곡을 느끼다가, 보닛 위에 잡힌 선 몇 개를 손가락으로 따라가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들여다보면 어떤 차는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굳이 내 차고에 들여놓고 싶은 마음도 곧 가시게 마련이다. 다 알 것 같아서, 더 안 봐도 될 것 같아서.

그런데 르반떼의 이 묘한 아름다움은 어디서 온 거지?

이탈리아 어딘가의 성당, 그 안에서 듣던 성가, 영화 <한니발>의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100년을 넘어 살아 있는 브랜드의 전통과 관능, 그동안 쌓인 도전과 승리의 기록이 스쳐갔다. 그 세세한 역사를 다 모를 수 있어도, 르반떼야말로 그 모든 시간을 딛고 서 있는 가장 최근의 마세라티라는 분명한 자각으로서.

EXTERIOR

르반떼, 승리와 관능의 이름 (마세라티)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FRONT 앞모습은 단연 압도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딱 여덟 개의 세로줄로 마무리했다. 헤드램프는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인상을 초장부터 잡고 들어간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와의 조합이 과감하고 파격적이다.

르반떼, 승리와 관능의 이름 (마세라티)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SIDE 백미는 옆모습 아닐까? 낮은 무게중심, 긴 보닛과 야트막하고 둥근 이마, 캐릭터 라인 아래의 도톰한 양감이 어우러져 관능적이다.

르반떼, 승리와 관능의 이름 (마세라티)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REAR 뒷모습은 다소 얌전하다. 하지만 둥글고 유려하게 마무리한 선과 면의 곡선을 감상해야 옳다. 네 개의 배기구에선 과연 마세리티다운 소리가 난다.

르반떼는 바람의 이름이다. 동쪽 지중해에서 서쪽으로 불어오는 바람. 대체로 온화하지만 때로 비구름을 동반하고, 어떤 산을 타고 넘을 때는 돌풍에 가깝게 돌변하는 바람을 르반떼(Levante)라고 한다. 이 이국적인 바람의 이름 그대로가 르반떼의 성격이기도 하다.

여기에 마세라티 로고의 삼지창이 상징하는 신의 이름, 포세이돈을 보태면 당신은 어떤 상상을 하게 될까?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이다. 제우스에 버금가는 힘으로 파도와 지진을 일으킬 줄 안다. 포세이돈이 지중해에서 일으킨 바람과 파도가 힘껏 서쪽을 향하면 그게 바로 르반떼일까?

운전석에선 과연 이 모든 상징과 상상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다.

마세라티는 딱 이탈리아 사람처럼 솔직하고 직설적인 브랜드다.

르반떼는 100% 이탈리아에서 만든다. 르반떼 전용 공장은 토리노 미라피오리에 있다. 토리노 시내를 달리면서 듣는 르반떼의 배기음과 서울과 인천을 가로지르면서 듣는 그 소리는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를까?

달리기 시작할 때, 르반떼는 언뜻 조용한 것 같았다. 일단 SUV로서의 정체성을 정확히 하려는 것 같기도 했다. 운전의 쾌락을 극대화하기보단 편안하고 안락하게 일상을 소화할 수 있는 차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정숙성이라는 말이 마세라티를 상징한 시대는 온 적 없으나, 르반떼의 어떤 순간에는 낮잠 같은 고요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괄괄한 성격을 다시금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르반떼는 차체의 모든 관을 울림통으로 쓴다. 어디서 갑자기 들리는 깊고 우렁찬 소리. 마세라티를 아는 사람한테는 익숙하고 반가운 소리,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속절없이 심금을 울리는 소리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마세라티 배기음이 어떤 오케스트라의 힘찬 관악기 파트 같았다면, 르반떼는 그 연주를 몇 발자국 떨어져서 듣는 것 같다. 조금 덜 노골적이지만 그 기세만은 충분한 정도. 디젤 엔진에서도 거의 그 느낌 그대로를 들을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선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의 감도만 변하는 게 아니다. 배기밸브가 열리면서 고유의 엔진 성능과 소리를 그대로 살려낸다.

INTERIOR

 

르반떼, 승리와 관능의 이름 (마세라티)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마세라티가 인테리어를 매만지는 수준과 자재의 조합을 의심해선 안 된다. 원목은 밤처럼 깊고 가죽은 살같이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패들 시프트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두 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쥐고 가운뎃손가락으로 톡톡 튕기듯 하면 ‘쨍!’ 하고 맑은 소리가 난다. 금속과 가죽을 비롯한 모든 소재가 조화롭다. 취향에 따라 럭셔리 패키지와 스포츠 패키지 중 선택할 수 있고, 그 외의 조합도 뭐든 시도할 수 있다.

몰아세우고 또 몰아세울수록, 르반떼는 운전자를 홀리듯 움직였다. 과연 묘한 움직임이었다.

르반테의 전장은 5m를 살짝 넘는다. 그런데 실내에서는 이 차의 크기를 거의 짐작할 수 없다. 폭은 2m를 넘는다. 그 역시 과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전고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일반 주행 때는 168cm다.

전고가 낮고 차체의 모든 모서리가 둥글어 밖에서는 좀체 커 보이지 않는다. 표정은 위풍당당하고 실내는 광활한데 밖에서는 옹골차게 웅크린 맹수 같다.

그렇게 덩치에 비해 사뿐하게, 무게라는 건 느껴본 적도 없다는 듯 움직인다. 보닛이 길고 지붕이 유선형으로 엉덩이 쪽을 향하는 디자인도 조약돌처럼 날렵한 인상에 크게 한몫한다.

한편 르반떼에는 차체 높이를 총 6단계로 조절하는 에어 스프링 서스펜션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상황에 따라 7.5~8.5cm를 오르내린다. 주행 모드와 속도에 따라 최적의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넉넉하게 높이를 조절한다는 건, 민첩한 온로드부터 꽤 거친 오프로드까지 모조리 포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에어 서스펜션이 작동하는 걸 밖에서 보고 있으면 “와, 차체가 저렇게까지 올라가는구나” 싶을 정도로 높아진다. 타이어와 차체 사이에 충격을 흡수하고 차체를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생긴다.

‘오토 엔트리/엑시트’ 기능을 통해서는 마세라티가 르반떼를 대하는 귀족적인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주차 모드에서는 고속 주행 당시의 차체 높이보다 1cm 더 낮게 내려온다. 사람이 오르내리기 쉽도록, 차체를 최대한 낮춰 승객을 환송하고 맞이하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주행을 시작하고 시속 24km에 이르면 다시 보통의 높이가 된다.

ON AND OFF

르반떼, 승리와 관능의 이름 (마세라티)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르반떼는 도시와 험로를 막론한다. 차체는 최대 7.5~8.5센티미터까지 띄우거나 낮출 수 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상황에 따라 최적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마세라티 사륜구동 시스템 Q4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이 차를 타고 강을 건널 일은 없을 거라 해도, 그럴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귀족적이다.

평범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르반떼의 무게중심이 무척 낮게 설계돼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르반떼는 그저 보이는 그대로 직설적인 차다.

그래서 공기저항 계수는 무려 Cd 0.31이다. 지금 지구에 있는 모든 SUV 중 가장 낮다. 무게중심이 낮으니까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고, 차체가 유려하니까 공기조차 방해하지 않고, 실력이 허락하는 한 힘껏 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무게 배분은 완벽에 가까운 50 대 50에 맞췄다. 차체는 허둥대지 않는다. 마세라티 사륜구동 시스템 Q4는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됐다. 차체 강성은 뼈대가 같은 기블리보다 20% 높다. 그러니 오프로드에서 취미를 즐길 때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모든 자동차의 성격은 복잡다단하다. 하지만 쾌락은 섬광같이 또렷하고, 좋은 기분이 이토록 은은하게 오래 남는 차를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세라티는 르반떼에 거의 모든 걸 쏟아부은 것 같다. 마세라티 팬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가족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세라티 102년 역사상 최초로 SUV를 만들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놓지 않았다. 안팎으로, 거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다시피 했다.

한국에 출시하는 르반떼는 총 3종류다.

2987cc 디젤 엔진을 쓰는 르반떼 디젤은 1억1000만원부터 1억3300만원까지다.

가솔린 모델은 둘 다 2979cc V6 엔진을 쓴다. 가솔린 엔진을 쓰는 르반떼는 1억1140만원부터 1억3600만원까지.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를 각각 높인 르반떼S는 1억4600만원부터 1억6830만원까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디젤 모델이 6.9초, 가솔린 르반떼가 6초, 르반떼S가 5.2초다.

욕심은 끝이 없고, 물성은 점점 완벽을 향해 간다. 하지만 가질 수 있다면 한껏 즐기는 법. 마세라티 르반떼가 쾌락과 관능을, 귀족의 일상과 승리의 기억을 두루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