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PPL, 최고의 한국형 시계 홍보

송중기가, 공유가, 이동욱이 드라마에서 차고 나온 시계에는 비밀이 있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가 차고 나온 시계는 협찬이다. 해당 브랜드 홍보 담당자가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빅보스’의 손목에 해당 브랜드의 대표 시계를 채웠다. 결과는 대성공.

“정확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매출이 꽤 많이 올랐어요.”

건너 들은 브랜드 담당자의 말이다.

<도깨비>에서 공유와 이동욱이 차고 나온 시계는 제작 지원이다. 드라마 제작사의 에이전트 개념으로 일하는 PPL 에이전시가 해당 브랜드에 먼저 접촉했다. 이것도 결과는 대성공.

“매출도 매출인데 바이럴 효과도 커요. 관심 갖는 분들이 알아서 블로그 포스팅도 올려주시고요.”

드라마 PPL, 최고의 한국형 시계 홍보 - 에스콰이어 코리아 2017년 3월호

PPL은 제작 지원과 협찬으로 나뉜다.

제작 지원은 해당 업체를 위해 특정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어떤 물건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설명하는 것이 바로 제작 지원이다. 시계의 경우엔 해당 시계에 대해 언급하거나 시계를 사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협찬은 출연자와의 비공식 계약이다. 출연자가 특정한 옷이나 장신구를 하고 나온다면 그건 협찬일 가능성도 높다.

제작 지원과 협찬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제작 지원은 100퍼센트 돈이 들고, 100퍼센트 의도대로 노출된다. 제작 지원 제안을 받는 업체는 시놉시스와 출연진 정보를 받는 건 물론 해당 시계가 나오는 장면의 대본까지 확인할 수 있다.

협찬은 돈이 안 들 수는 있지만 해당 브랜드의 시계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운이 없으면 한 번도 안 나올 수 있다. 1000만원이 넘는 시계의 상품화를 포기하고 빌려줬는데 한 번도 안 나온다면 그것도 문제다.

얼마일까?

협상의 기술에 달렸다. 최근 아주 인기를 끈 드라마 PPL사의 이야기다.

“저희에게도 한번 제안이 들어와서 미팅을 했어요. 5억원 부르시던데요.”

어느 브랜드 홍보 담당자도 이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저희는 원래 유료 PPL을 않는 게 브랜드 방침이어서 어차피 못했을 거예요. 좀 비싸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실제로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특정 브랜드의 시계를 차고 나왔다. 5억원을 썼을까?

“얼마까지 듣고 오셨어요?”

해당 예산을 집행한 담당자가 웃으며 말했다.

“전 9억원까지 들어봤어요. 억대이긴 해요.”

드라마 PPL, 최고의 한국형 시계 홍보 - 에스콰이어 코리아 2017년 3월호

PPL을 하면 매출이 오를까? 장사가 될까?

고급 시계는 비싸다. 비싼 물건에는 미묘한 인지도의 선이 있다. 너무 알려져도 곤란하고 너무 숨겨져도 안 된다.

한국 시장의 PPL은 미묘한 선 같은 걸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다. ‘너와 함께한 시간이 모두 눈부셨고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던 그분이 찬 시계도 300만원이나 한다.

“그런데 그게 반응이 와요.”

내 걱정만 하라던 그분이 찼던 시계는 10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잘 팔린다.

“해당 배우와 스태프에게 사례 표시를 했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반응이 온 거죠.”

PPL이 우리나라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다국적 시장을 노리는 대규모 동영상 콘텐츠는 이미 거대한 PPL의 장이다.

예거 르쿨트르와 해밀턴이 특히 적극적이다. 둘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시계가 주요 소품으로 나오는 영화에 나타난다. 해밀턴에겐 <다이하드>와 <인터스텔라>가 있다. 예거 르쿨트르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거의 등장인물 수준으로 비중 있게 나온다.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는 <킹스맨>이 입은 모든 옷 역시 PPL이다. 아예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쇼핑몰 미스터 포터와 함께 상품화시킬 수 있는 옷을 만들었다. 콜린 퍼스가 차고 나온 브레몽 시계는 미스터 포터에서도 팔고 있다. <킹스맨 2>에 나올 시계는 태그호이어라고 한다. 제작 지원 협상에 성공한 것이다.

PPL의 그늘도 있다. 참여한 작품이 잘되지 않았을 때다.

“드라마가 안되면 소용없어요. 우리 브랜드는 어떤 드라마에 좀 비중 있게 나왔는데 드라마를 아무도 몰라요.”

그 드라마보다 훨씬 유명한 어느 브랜드의 홍보 담당이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제작사와 제작 지원사는 문화 콘텐츠가 가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운명 공동체가 된다.

한국 드라마의 시계 PPL은 아무리 생각해도 흥미롭다.

구미권에선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와 개별 소비자의 지식 및 취향이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사치품 문화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한국에선 딱딱한 이야기보다 인기 드라마가 훨씬 유명하다. 그래서 드라마 주인공이 차고 나온 수백만원짜리 시계가 잘 팔린다.

“아저씨 시계는 우주를 담았네요”라는 대사와 달리 태그호이어 까레라 칼리버 5 데이 데이트에는 우주를 나타내는 요소가 전혀 없다. 그러든 말든 시계가 잘 팔리는 것이야말로 한국 시장의 해맑은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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