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고 산만한 삶의 재현

우리의 복잡한 인생을 닮은 소설이 있다.

책: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존 치버, 문학동네

20세기 중·후반 미국 문학에는 특유의 특징이 있다.

라디오 잡음 사이의 아름다운 멜로디처럼 장황한 이야기 속에서 삶의 비밀이 건조한 얼굴을 드러낸다.

존 치버는 평생 그런 소설을 썼다.

그는 악취미다 싶을 정도로 소설 속 사람들을 이상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그들의 반응을 세세히 기록했다.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는 존 치버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딱히 주인공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 소설의 구심점은 뉴욕 근교의 비즐리 호수다.

주요 등장인물인 레뮤얼 시어즈는 겨울의 비즐리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다 그곳이 불법 쓰레기장이 됐다는 걸 깨닫는다. 깜짝 놀란 시어즈가 저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 된다.

이 소설은 장편치고는 짧다. 한국어판 기준으로 143페이지밖에 안 되는데 글씨도 크다.

이 짧은 이야기 안에서 존 치버는 평생 가장 잘하던 걸 여한 없이 한 번 더 보여준다. 그의 소설은 잘 짜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느슨하게 얽힌 상관관계로 이루어진다.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는 비즐리 호수와 관련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충 담은 조식 뷔페 접시 음식처럼 쌓여 있다. 처음 읽을 때면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몇 번쯤 다시 페이지를 되돌릴지도 모른다.

이 산만함이야말로 존 치버의 위대한 성과다.

삶은 너무 복잡하다. 우리는 그 복잡성을 단순화시키려 노력한다.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 사건의 인과라는 구조를 짠다. 그게 우리가 이야기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존 치버는 그 쉬운 길 대신 소설 안에서 현실을 재현했다. 현실에서의 우리는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동시에 허무한 성욕에 휘말릴 수 있다. 순수한 선의와 너저분한 욕망은 늘 함께 붙어 다닌다.

존 치버는 바로 그것을, 표백된 문학적 세계가 아니라 정말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되살린다. 소소한 이야기와 세세한 디테일이 각자 자리에서 유능하게 기능하며 소설에 꼭 필요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존 치버는 1982년 3월 이 책을 출판하고 6월에 암으로 죽었다.

그는 유작에서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책 말미에 단초가 있다.

“우리가 이 지상에 살아 있다는, 그 강렬하기 짝이 없는 감각.”

그는 그 강렬하기 짝이 없는 감각을 표현하려고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를 쓴 것 같다. 뒤이어 미국 <허핑턴포스트>가 꼽은 ‘최고의 마지막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이 무엇인지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비밀로 남겨둔다.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출처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