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한 연애 매너 가이드 50-<상>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면 평화로운 연애가 가능해진다.

사랑할 때 ‘사랑’ 말고 뭐가 더 필요하냐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하수. ‘배려’는 연인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매너다. 그래서 준비했다. 남자가 쉽게 간과하는, 여자가 바라는 데이트 매너에 관하여. 가능하면 정독 요망.

 

‘남치니’들을 위한 로맨스 매너 실전 가이드 50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6년 11월호

1. 데이트 D-1. 내일 만나서 뭘 할 생각인가?

어차피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한 편 본 후 그녀가 이끄는 대로 가는 게 정해진 수순이라 고민 따위 큰 의미 없다는 주의인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열린 데이트의 가장 큰 함정은 함께 처음 해보는 항목이 줄수록 함께 할 때의 설렘도 줄어든다는 거다.

무엇이든 계획하라. 설렘을 상기하는 건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아니다. 좋아하는 장소에 그녀와 함께 갈 기대감, 새로운 먹방 트렌드를 찾아 나서는 신선함, 하다못해 같이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들을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하는 그 순간의 낭만 같은 사소한 것이 사랑이라 일컫는 화학작용의 무한 동력이 된다.

2.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라.

마블 유니버스와 DC 유니버스의 확장 세계관에 심취해 덕력을 맘껏 뽐내도 좋다. <도라 도라 도라>에서 <미드웨이> <진주만>에 이르기까지 고증과 ‘국뽕’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열변을 토해도 좋다. 앨프리드 히치콕과 다리오 아르젠토식 서스펜스의 차이를 일장 연설하는 것도 꽤나 멋지겠다.

다만 이것도 빼먹진 말아라. 그녀에게도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혹은 보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 말이다. 취향이 ‘최신 영화’면 어떤가? 기꺼이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함께 관람하는 당신을 그녀는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3. 한 번쯤은 사람 많은 거리에서 격하게 예뻐해줘라.

격정의 강도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 예뻐 죽겠다며 볼 꼬집기, 이마든 볼이든 입술이든 얼굴 어딘가에 뽀뽀하기, 앞에서든 뒤에서든 와락 안아주기.

그녀가 당황하거나 진심으로 쪽팔려할 수도 있다. 순발력과 폭력성에 따라 자칫 신체 부위 어딘가를 가격당할 확률도 높다. 그럼에도 아마 그날 그녀의 페북 비밀 일기장에는 이런 멘트가 적힐 것이다. ‘이런 게 사랑받는 기분인가’라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딥키스, 궁디팡팡, 슴가쿡, 뱃살터치 이딴 거 금지. 지금 뭐 하자는 건지 헷갈린다.

4. 뚜벅이인가?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다.

연식 꽤나 잡수신, 소위 말하는 ‘똥차’를 몰고 다니나? 쪽팔려할 거리도 안 된다. 지금 당장 차가 필요하지 않아서, 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현재의 상태를 고수하는 신념은 여자로 하여금 당신과 함께하는 미래를 낙관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오히려 여자가 불편하고 불안해지는 순간은 따로 있다. 차가 없다고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을 때, 쪽팔린다고 빚을 내 슈퍼카를 뽑으려고 할 때다. 차 없다고 구박하는 여자, 똥차라고 무시하는 여자라면 애초에 당신과 엮일 일도 없었을 거다.

5. 배가 고픈가? 그럴수록 메뉴는 심사숙고하라.

데이트 도중 배가 고프다고 가까이 보이는 아무 데나 들어가고 그러지 좀 말아라. 여자에게 식사의 ‘장르’ 선정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많은 여자의 가장 큰 고민은 ‘오늘 뭐 먹지?’다. 고르고 골라 팬시한 레스토랑에 가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배가 고파 돌아가실 지경이라 해도, 최소한 그녀에게 한식, 일식, 중식, 이탈리아 음식 등 국적이라도 고를 여지를 줘라.

6. 바빠서 연락을 못 한다면 “바빠서 연락을 못 한다”라고 말하면 된다.

바빠서 문자도 못 하고 전화 걸 시간도 없고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니었을 뿐인데 그녀가 자꾸 불만을 토로해 짜증 난다고? 되묻고 싶다. 그녀의 전화를 ‘거절’하고 난 후 “바빠서 나중에 연락할게”라는 문자라도 보낸 적 있는지를. 그런 적 없다면 짜증 낼 자격도 없다.

7. “나중에 연락할게”라고 했으면 나중에 연락하면 된다.

이 말장난처럼 손쉬운 법칙만 따르면 남녀가 연락 빈도를 두고 싸울 일은 없어질 거라 장담한다. 그녀가 씩씩대는 건 당신이 업무 도중 수다를 안 떨어줘서가 아니다. 자신을 정중하게 대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8. 운전하다 속칭 “김여사 스타일”을 만났다면?

“그럴 줄 알았다. 저런 거 보면 꼭 여자라니까. 쯔쯔” 이 말이 튀어나올 것 같거든 당장 그 입 다물라. “여사님, 집에서 살림이나 하세요~”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방금 옆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를 ‘집에서 내 밥이나 하고 빤스도 빨아주고 우리 엄마한테 귀여운 손주를 낳아줄’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9. 여자들은 때론 답정너가 된다.

“나 살찐 것 같지 않아?(의문형)”, “나 요즘 살쪘어(단정형)” 류의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당신이 답해야 할 모범답안이 여기 있다. “(영혼 없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를 이리저리 살핀 척한 후) 음… 잘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내 눈엔 여전히 예쁘기만 한데?”

10. 인스타에서 예쁜 일반인 여자를 팔로하고 있는가?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여자 친구부터 언팔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듯.

11. “사랑해”라는 말에 인색하지 말아라.

사랑한다는 말이 그만큼 무거워 조심스러운 것뿐이라고? 발화하지 못한 ‘사랑해’가 상대에게 전달되기 위해선 어어엄청난 노오력이 필요하다. 여러모로 “사랑해”라는 세 글자가 낫지 않겠는가?

12. 소개팅 앱을 깔았다면 들키지 말아라.

뭐하자는 짓인가? 이거 신종 이별 통보 수법이야?

13. 걸음 속도와 애정도는 반비례한다.

바지 살 때 기장을 늘려야 하는 다리 길이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반박 불가. 그녀의 걸음이 느린 건 다리가 짧아서도, ‘여자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오늘 당신에게 더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불편한 옷에 몸을 구겨 넣고 하이힐에 탑승한 죄밖에 없다. 그녀의 종종걸음은 배려심 없는 남자와 데이트 중임을 온몸으로 알리는 것임을 명심하라.

14. 스마트폰 게임은 혼자 있을 때 해라.

그녀가 함께 놀러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을 때 굳이 실검 뉴스를 들여다봐야 할 이유에 대해 A4 용지 1매 분량으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면 더더욱.

15. 그녀가 즐겨 마시는 음료 정도는 알아둬라.

주문할 때 “넌 늘 마시던 걸로?”라고 관심도를 어필하는 건 사랑받는 지름길.

‘남치니’들을 위한 로맨스 매너 실전 가이드 50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6년 11월호

16. 시선 단속이 어렵지?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절로 눈이 따라가는 건 남자의 본능이라고? 그건 본능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다. 수컷끼리 무리 지어 있을 때의 ‘수컷질’ 말이다. 그런 눈버릇 또한 학습으로 극복할 수 있다. 같이 있는 그 순간만큼은, 눈앞에 있는 한 여자에게만 집중하라.

17. 그녀의 스타일을 바꾸고 싶다면 칭찬하라.

물론 당신 입맛대로 여자 친구의 스타일을 바꾸려 하는 태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럴 거면 왜 사귄 거야?

먼저 자신은 과연 그녀의 이상형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것. 그래도 바꿔야겠다는 확신이 선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그녀의 모습에 칭찬을 퍼부어라.

평소 그녀의 스타일링에 대해 지적질하는 건 금물. 사랑하는 여자의 자신감을 떨어뜨려 당신에게 득이 될 건 1도 없다.

18. 상사나 동료, 친구를 뒷담화하는 그녀에게 절대 해선 안 될 말이 있다.

“너도 잘못했네.” 나도 알거든? 여자가 남자에게 하소연하는 이유는 상황을 분석해 잘잘못을 따지고 해결책을 제시해달라는 게 아니다. 그저 내 말을 들어주고 어깨를 다독여줄 ‘내 편’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이 사람아!

19. 여자에게 섹스는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다.

물론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다. 간혹 상대방의 섹스가 ‘배설’ 행위처럼 느껴지는 순간, 여자는 마음속에 차곡차곡 돌을 쌓는다. 담벼락이 돼 닫히는 건 한순간이다.

20. 여자 친구가 함께 있을 때 바라는 건 단 하나다.

놀랍겠지만 사실이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이거 하나로 귀결된다고 보면 된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이에 부합하는지 생각하면 좀 쉬울 거다.

21. 때로 당신이 말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란 건 그녀도 안다.

만나서 죽상을 하고 무슨 얘길 해도 틱틱대거나 짜증 낼 거라면 차라리 만나지 말아라. 대신 이 정도 언질은 꼭 해줘라. “기분이 안 좋아 만나면 너까지 기분 나쁘게 할까 봐 염려된다.” 그런데도 만나자고 떼쓰는 여자는 좀 타일러도 괜찮을 것 같다.

22. 첫 섹스가 하고 싶다면 술부터 먹이지 말아라.

술자리가 침대로 이어지는 상황은 성인 여자라면 익숙하다. 섹스 전인 관계의 술자리는 일종의 노림수가 빤한 카드라고 보면 된다. 여자는 그 카드의 뒷면에서 곧잘 이런 걸 읽기도 한다. 기승전‘섹스’. 차라리 맨정신에 돌직구가 훨씬 로맨틱하다. 함께 있고 싶다는 말. 또렷한 정신으로 같이 있고 싶어 술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23. 잔뜩 흥분한 그녀가 하는 얘기가 아랍어처럼 느껴져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그래서, 요점이 뭔데?” 수능 모의고사 듣기 평가라 생각하고 차분하게 그녀의 말에 귀 기울여보라. 주로 확인 사살형 의문문으로 끝나는 마지막 문장에 힌트가 있을 것이다.

24. 지금 그녀가 잔뜩 흥분한 채로 아랍어를 구사하는 이유가 당신 때문인가?

그렇다면 당신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밖에 없다. 솔직하고 차분하게 당신의 생각과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남자들이 손쉽게 선택하는 침묵이야말로 최악의 대응임을 명심하라.

25. 손잡고 걸으면 그냥 수갑 찼다고 생각해라.

아는 사람을 만나면 슬그머니 손을 뺀다는 그 남자가 바로 당신은 아닌가? 한번 잡힌 손은 남의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가 먼저 빼기 전까진 놓지 말자. 손을 빼는 단순한 행동 하나로 여자의 머릿속에선 온갖 나쁜 시나리오가 쓰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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