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다던 ‘전여친’ 근황

죽어도 못 보낸다고 울며 매달리던 ‘전여친’의 근황을 마주한 남자들.

당시 취준생이던 난 P와 사귀면서 데이트 비용 때문에 힘들었다. 자취방 월세에 생활비도 빠듯한데 그녀와 밥 먹고 차 마실 돈이 어디 있었겠나. 뚜벅이에 가난한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난 미안함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하지만 그런 내게 P는 매일 ‘김밥 XX’만 가도 좋으니 헤어지지만 말자고 매달렸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착한 P와 헤어졌다.

모질게 그녀를 떼 놓았던 기억 때문에 한참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그녀의 근황을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 인스타그램 사진 속 P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남자와 사귀며 루프톱 바와 멋진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함께 홍콩 여행도 다녀온 것 같았다.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34세, 경찰)

영어 스터디에서 만나 2년 동안 사귄 ‘전여친’ C. 당시 영어 ‘초짜’이던 나와 달리 그녀는 유창한 발음과 영어 실력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C에게 반해 고백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는 그녀의 몸무게가 우리 사이를 갈라놨다. 부지런하고 능력 있어 보이는 그녀가 멋졌는데, 자기계발 대신 나태해지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고 할까.

C의 얼굴만 보면 “살 좀 빼”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녀에겐 미안했지만, 옆에서 자극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어차피 이제 남친도 있는데 살 좀 찌면 어떠냐고 으름장을 놨다. 한없이 불어가는 그녀의 몸무게와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의 크기는 반비례했다.

그녀와 헤어진 뒤 영어 스터디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 나갔는데, C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모델 같은 날씬한 몸매에 그 전보다 훨씬 매력적인 여자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녀 옆엔 나보다 훨씬 잘나 보이는 남자도 함께 있었다. (31세, 회사원)

6개월 전 밀지는 않고 당기기만 하는 일방적인 사랑을 보여준 P와 헤어졌다. 그녀와의 관계는 정리됐지만, P와 난 여전히 카카오톡 친구인 상태. 그녀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마 모르고 있는 거겠지. 수많은 남자와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프로필 이미지로 사용하는 터에 그녀의 근황을 계속 보고 있다.

그 남자가 그녀의 ‘썸남’인지 ‘남사친’인지 알 길은 없지만 팔짱을 끼거나 허리를 감싸는 등 스킨십이 자연스러운 걸 보면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다. 6개월 전만해도 식어버린 내 마음을 다시 되돌릴 자신이 있다며 이별을 거부하던 그녀가 맞는 지 의심이 갈 정도로 지금의 P는 행복해 보였다.

요즘엔 약간의 질투 비슷한 묘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녀를 떠나 ‘나쁜 여자’를 찾아 나선 건 나인데 말이다. 내가 원하던 대로 쫄깃한 사랑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정작 그녀를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건 나 인 것 같다. (27세,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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