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문화 사이 갤럭시 S9

삼성 갤럭시 S9은 가장 발전한 전화기가 아니다. 새로운 개념의 통신 방법이자 문화다.

동전 크기의 구멍으로 어두컴컴한 방 안을 들여다봤다. 창문이 없는 밀실이었다. 당연히 안이 잘 보일 리 없었다. 얼핏 화분 같은 게 보였지만, 정확한 식별은 어려웠다.

“이게 1루멘(시간당 광원에서 나오는 빛의 양)의 조명을 비춘 상황입니다. 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죠. 그럼 같은 구멍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고 찍으면 어떨까요?”

당연한 결과였다. 삼각대로 카메라를 고정하고 장노출 셔터로 찍지 않는 이상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 리 없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갤럭시 S9의 카메라를 구멍에 가져다 대자 실내가 마치 대낮처럼 훤히 보였다. ‘찰칵’, 자동 모드로 가볍게 찍은 사진을 보니 눈으로 형체만 보였던 테이블과 과일, 화분과 꽃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촬영하고 싶은 영역을 정하고, 녹화하면 찰나의 순간 슈퍼 슬로 모션 촬영이 시작된다.

저조도 상황에서도 사진이 밝고 선명하게 찍힌다. 노이즈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이제 다음에 보실 것은 슈퍼 슬로 모션 기능입니다.”

당시 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는 한 건물에 있었다. 평소엔 파티 공간으로 쓰일 법한 창고형 공간에 세트를 지어 사방을 막아놓은 장소였다. 분명 특별한 자리였다. 갤럭시 S9의 공식 발표를 5시간 앞둔 상황에서 신제품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었으니까.

“슈퍼 슬로 모션은 S9에서 가장 주목할 기능입니다. 초당 960프레임으로 초고속 촬영이 가능하지요. 실제론 0.2초 만에 지나가는 순간을 6초 분량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줍니다.”

삼성 관계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에 놓인 물 풍선을 탁 하고 터뜨렸다. 아주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공중에 매달린 물 풍선이 터지는 순간, 눈으론 보고 뇌로 분석한 모습은 그저 바닥에 물방울이 ‘탁’ 하고 떨어지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같은 순간, 갤럭시 S9의 슈퍼 슬로 모션이 기록한 것은 달랐다. 단지 눈으로 본 장면이 느리게 재생되는 게 아니었다. 눈으로 쫓아갈 수 없는 ‘숨겨진 세상’이 고스란히 찍혔다. 결과는 놀라웠다. 슈퍼 슬로 모션은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콘텐츠 제작이라는 관점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다.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탁월한 기능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진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The Camera. Reimagined.’ 갤럭시 S9의 슬로건이자 핵심 키워드다. ‘카메라 사용 경험을 재정의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핵심 슬로건이 ‘카메라의 재정의’라고? 아무리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했다지만 갤럭시 S9의 본질은 전화기다. 전화기에 카메라가 달린 구성이니까. 이름부터 ‘지능적인 전화기’ 아닌가. 그러니 아무리 카메라 기능이 발전했어도 스마트폰에 카메라 성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의사소통 방법이 변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사용법도 바뀌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신제품을 통해 스마트폰의 정의를 새롭게 내렸습니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쓰는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촬영 결과물을 더 쉽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건 분명 새로운 세대의 스마트폰입니다.”

갤럭시 S9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이 발표한 내용이다. 개인 통신 장비의 개념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었다. 전화기에 카메라가 달린 게 아니라, 최첨단 멀티 디바이스에 전화 기능이 포함됐다는 게 더 적합한 해석이다.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논리였다. 생각해보면 요즘은 “전화해”라며 엄지와 새끼손가락으로 전화하는 듯한 행동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문자할게”라는 말이 훨씬 더 익숙하다. 대화 방식이 귀에서 눈으로 자연스럽게 바뀐 것이다. 전화는 정보 공유에 한계가 있다. 언제나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대화가 끊기지 않고 연결되는 메시지를 더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메시지라는 디지털 폼 안에서 사진과 영상, 이모티콘을 공유하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의 정보를 교환한다. 같은 맥락에선 ‘다이얼’이라는 단어도 사라져야 할 때다. 수화기를 들고 숫자판을 손가락으로 돌리는 다이얼 장치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니까.

이처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 그동안 당연했던 모든 정의를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갤럭시 S9이 왜 카메라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한 포장과는 거리가 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삼성이 갤럭시 S9으로 발전시킨 소통 방식의 변화는 훨씬 구체적이다. 엔지니어들은 사진과 영상의 품질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결과물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갤럭시 S9이 다른 스마트폰보다 특히 진화한 부분이다.

슈퍼 슬로 모션의 경우 영상을 촬영한 후 편집부터 공유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원하는 부분을 선택해 길이를 자르고, 추가 비주얼 효과(역재생, 구간 반복 재생 등)와 배경음악을 넣어서 곧바로 출력한다. 모든 과정이 30초면 된다. 결과물을 다듬는 에너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누구나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비주얼이 정보와 메시지로 공유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증강 현실이 바탕인 ‘AR 이모지’도 같은 맥락이다. 셀카 촬영 후 나와 닮은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 캐릭터를 활용해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이나 행동에 음성을 넣어 간단하게 공유한다. 결과적으로 소통의 질이 향상된다. AR 이모지로 캐릭터를 만들면 18개의 이모티콘을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과정을 알아서 척척 해결해준다. 사용자는 그저 문자메시지에 이모티콘을 붙여서 보내면 된다.

새로운 덱스 스테이션을 통해 갤럭시 S9을 마우스로 활용할 수 있다.

갤럭시 S9의 모든 기능은 같은 목표 아래서 발전했다. 카메라 하드웨어 기능이 대폭 개선된 것도 비주얼 중심의 소통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이제 기록을 목적으로 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정보이자 메시지다.

갤럭시 S9의 모든 기능은 같은 목표 아래서 발전했다. 카메라 하드웨어 기능이 대폭 개선된 것도 비주얼 중심의 소통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이제 기록을 목적으로 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정보이자 메시지다. 그러니 기록이 손실되는 것을 줄여야 한다. 렌즈에 물리적인 흔들림 보정 기술이 동원된 이유다. 갤럭시 S9 플러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발전했다. 후면에 달린 듀얼 조리개 렌즈(F1.5와 F2.4)를 이용해 아주 어두운 상황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테스트한 결과, 놀라울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주변 베젤을 줄인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는 게임을 비롯해 영화를 감상할 때 몰입감을 높여준다.

지문 인식 버튼이 본체 뒷면 중앙 자리로 옮겨졌다. 더불어 지문 입력 모드에서 쓸어내리는 모션을 더해 인식률도 높아졌다.

홍체와 얼굴을 동시에 인식해 잠금을 해제한다. 둘 중 한 가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작동한다.

상하 베젤을 최소화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듀얼 스피커와 돌비 에트머스 입체 음향 기술 등도 어찌 보면 스마트폰에 달리기엔 과하다. 기능이 많아질수록 원가가 상승하기에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이런 기능이 시대의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한 흔적이기도 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엔터테인먼트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발전도 없을 테니까.

그뿐인가, 이젠 스마트폰이 소형 컴퓨터로도 활용된다. 덱스 스테이션에 갤럭시 S9을 장착하고 모니터와 연결하면 곧바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PC가 준비된다. 특히 이번에 개선된 덱스 스테이션은 이전과 다르게 가로 디자인으로 스마트폰을 위에 장착한다. 그래서 급할 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마우스 패드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바르셀로나 람블라 거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갤럭시 S9을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무언이 다른가? 우리에게 필요한가? 쓰임새가 있는가? 수많은 질문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 갤럭시 S9은 분명 첨단 기술을 마구잡이로 때려 넣은 장비가 아니다. 우리의 소통 방식에 맞춰 진화한 훌륭한 통신 장비이자 문화의 일부다. 하드웨어적 발전은 겉보기엔 미비하다. 하지만 삼성이 만들어낸 것은 또 다른 방식의 혁신이다. 궁금증이 모두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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