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가의 애연기

그날 밤 아이코스를 피워 물었다.

아이코스 - 에스콰이어

담배를 끊었다. 2년이 흘렀다. 담배에 관심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전자 담배는 더더욱 관심 없다. 뉴스를 뒤적이다 땡볕 아래 길게 줄을 선 광경에 호기심이 생겼다. 아이코스 스토어 광화문점의 모습이다. 검색해보니 가로수길점도 있다. 회사 근처라 점심시간에 들러봤다. 광화문점만큼은 아니어도 줄이 꽤 길다.

궁금증이 가시질 않는다. 이유를 알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액상이 아닌 궐련 담배를 수증기로 피운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일까. 어렵사리 아이코스를 손에 넣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전원을 켰다. 사용할 때마다 4분 정도 충전을 해야 한다. 줄담배 피우는 게 불가능하다. 기계에 자유의지를 통제당하는 기분이 묘하다. 휴대용 충전기에 본체인 히트스틱을 꽂아 충전을 마쳤다. 히트스틱을 뽑아서 히츠란 이름의 전용 궐련 담배를 꽂은 후 버튼을 누르고 빨아들였다.

담배 연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맛과 향이다. 담뱃잎을 태운 맛이 아니라 쪄서 만들어진 맛이다. 한방 차 비슷한 향인데 의외로 별로 거부감이 없다. 역시 담배를 끊어서인지 별 감흥이 없다. 하루 동안 사용해보고 더 자세한 평을 위해 애연가 친구를 불렀다. 줄 설 시간이 없어 아직 아이코스를 구하지 못했다며 한걸음에 달려왔다. 친구는 액상형 전자 담배보다 확실히 담배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예 빌려주고 며칠 후 다시 만나기로 했다.

바로 다음 날 친구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주변 사람들이 워낙 관심을 보여서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하고 자랑하기 바쁘단다. 아저씨들 사이에서 트렌드세터가 된 기분이라며 우쭐해했다. 새로운 장점도 찾았다고 했다. 냄새가 확실히 덜 난단다. 최근 담배를 끊을까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냄새 때문이라고 했다.

며칠 후 친구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코스를 사용하고 침을 뱉는 등의 지저분한 행위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가장 별로로 보일 때가 바로 침을 뱉거나 소리 내서 가래를 모을 때다. 몰상식해 보일 지경이다. 금연 구역이 아닌 집이나 기타 실내 장소에서도 피운다고 했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금방 사라져서 굳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다고 좋아했다.

긴 기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단점도 발견했다고 한다. 일단 가장 큰 고충은 충전해야 하는 기기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거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워치, 무선 헤드셋 등 이미 충천할 기기가 넘쳐난다. 별것 아닌 일 같아도 충천은 꽤나 신경 쓰이는 일과 중 하나다. 아이코스가 생겼다고 해서 연초 담배를 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짐이 늘었다. 원래 피우던 담배와 라이터에 아이코스까지 가지고 다니려니 귀찮은 게 당연하다.

아이코스가 액상형 전자 담배에 비해 맛과 향이 훨씬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태워서 생기는 목 넘김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맛과 향도 원래 피우던 담배와 비교하면 많이 약해서 아이코스를 사용한 후에도 담배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단다.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다.

친구와 헤어지고 하루 정도 아이코스를 더 사용해보았다. 애연가의 사용기를 듣고 나니 장단점이 더욱 명확하게 느껴졌다. 내 경우에는 다른 점이 걱정됐다. 워낙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인데 아이코스를 잃어버리면 타격이 크다. 담배 한 갑, 라이터 하나 잃어버리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 칠칠치 못한 사람이 비단 나뿐이겠는가.

아이코스가 담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대체재임이 분명하다. 그 어떤 전자 담배도 이 정도 만족감을 준 적이 없다. 담배는 다시 피우지 않아도 아이코스라면 모르겠다. 일주일 가까이 사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왜 담배를 끊었는지 이유를 하나하나 되짚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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