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나에게 모범이 되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고민이 담긴 책이다.

책: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헬무트 슈미트, 바다출판사

20세기의 사람들은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제국의 몰락, 식민주의, 대량 학살, 세계대전, 핵폭탄, 냉전 사이에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헬무트 슈미트는 그 시절의 남자다.

그는 독일군으로 싸우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자 영국군 포로에서 풀려난 후 정계에 입문해 1974년 총리가 되었다. 8년 동안 독일 총리직을 수행하며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총리를 그만둔 후에도 1987년까지 하원의원으로, 정계에서 은퇴하고 나서도 평생 일했다. 이 정도면 뭔가 배울 게 있는 사람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헬무트 슈미트의 삶은 내내 아슬아슬했다.

그는 유대인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독일군에 징집돼 적국의 마을에 포를 쏴야 했다. 젊은 날 거리낌 없이 정치적 견해를 말하던 친구는 1년 후에 처형됐다.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시기를 거치며 슈미트는 균형감과 판단력을 모두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포를 쏘는 동시에 자신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어도 장점이 있는 사람에겐 아낌없는 존경을 건넸다. 존엄을 잃지 않은 채 살아남은 것이다.

이 책을 끌고 가는 질문은 ‘나에게 모범이 되는 인물이 누구인가’다.

그 이야기를 위해 슈미트는 자신이 읽은 책, 들은 음악,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삶을 회고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사랑했는지, 자신의 이상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이 이야기는 20세기 정치 거두의 롤모델 목록인 동시에 특출한 인물의 시점으로 본 20세기 후반의 세계사이기도 하다.

하나 더, 자기 자랑이 많아서 느끼한 회고록과는 다르다. 그는 젊었을 때 불륜하다 걸려서 반성한 이야기도 적어둘 정도로 솔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