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야심의 결과물

야심만만한 영화 '마스터'에 관하여.

<마스터>라니, 제목부터 거창하다. 어쩌면 영화 자체가 거대한 야심의 산물이다.

다단계 사기로 ‘조 단위’에 달하는 금액을 착취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마스터>는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라는, 저마다 원톱 영화를 찍어도 좋을 배우들을 한 영화에 모아 영화의 부피를 확 넓혔다. 게다가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카피를 내세운 포스터와 ‘조 단위’의 사기범죄를 자랑하는 예고편만으로 이 영화의 스케일이 남다를 것이란 예감은 손쉽게 팽배해진다.

물론 현실정치의 남다른 스케일 때문에 본의 아니게 포스터 카피가 무색해진 경향이 있긴 했지만 <마스터>는 화제작의 면모를 충분히 갖춘, 역시 야심의 산물이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고금리를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해 대자본을 모으는 수법으로 금융 피라미드 업체를 운영하는 진현필(이병헌)은 저축은행 인수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진현필의 불법행위를 추적하는 지능범죄수사대의 팀장 김재명(강동원)은 진현필의 자본을 전산화시켜 관리하는 김장군(김우빈)에게 접근해 그의 형량을 줄여주는 조건으로 비밀 장부를 빼돌리라 회유한다. 그 와중에 진현필의 의심을 사게 되는 김장군은 그의 신의를 회복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게 되고 김장군을 이용해 진현필을 잡으려던 김재명은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다.

신묘한 사기술과 정경유착으로 세상을 농락하던 악인과 그런 악인을 끝까지 추적하려는 경찰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의 살 길을 모색하는 밀정의 좇고 좇기는, 물고 물리는 관계가 펼쳐지며 선악의 대결도 극한으로 치닫는다.

무엇보다도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대거 포진시킨 영화로서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확실히 보장한다.

특히 이병헌은 자신의 악의를 능수능란하게 위장해내는 인물로서의 능력을 충실히 설득하며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강하게 내리치지 않아서 되레 살벌하고, 속내를 알 수 없어서 실로 음흉하게 느껴지는, 천의 얼굴을 지닌 악인을 제 것처럼 소화해낸다.

화려한 언변과 제스처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하는 김우빈 역시 <마스터>의 볼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감을 드러내고, 진현필의 오른팔인 김엄마로 분한 진경과 김재명과 함께 진현필을 추적하는 수사관 신젬마로 분한 엄지원은 여성 캐릭터의 존재 이유를 적절히 설득해낸다.

한편 강동원은 상대적으로 캐릭터의 정직한 신념을 인물의 인상에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느낌인데 결국 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면모가 그리 다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계 그 자체가 반영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마스터>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더 나아가선 다양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통해 굴러가는 영화처럼 보이는데 다양한 주조연 배우들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제 역할을 해내는 영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밀도가 낮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는데 그건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명확해지는 반면 영화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진다는 인상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심리와 동선이 영화의 외연을 확장해내지만 정작 영화는 캐릭터들의 장점을 서사 구조의 입체감으로 건설해 내는데 실패함으로써 끝내 기대할 만한 영화적 쾌감을 선사하지 못하는 인상이다.

이를 테면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조율된 각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종종 어떤 캐릭터들은 배우의 능력을 통해 매력을 덧입기도 하지만 딱히 이야기 자체로서의 쾌감을 느낄만한 클라이맥스가 부재한 인상이다. 물론 캐릭터의 매력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극후반부에 펼쳐지는 액션신의 파괴력은 느껴지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양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스터>의 엔딩이 지극히 현실적인 쾌감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됐고, 정경유착과 같은 현실적인 비판의식을 담아내고 있는 영화임에도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 이상의 현실감을 쥐어주지 못하는 건 생생한 캐릭터를 보장하는 생생한 각본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묘사력은 실감할 수 있지만 서사력을 체감할 수 없는 영화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명한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흐름 또한 선명하게 간파하게 만드는 인상인지라 이야기를 읽고 따라잡는 재미는 절정으로 달할수록 오히려 쇠약해진다.

게다가 143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더욱 <마스터>의 내러티브가 지닌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만 같다. 야심의 너비는 팽만한데 야심의 밀도가 충만하지 않은 인상이랄까.

물론 오락영화로서의 볼거리는 상당하다.

능청스러운 얼굴 너머에 잔인한 속내를 감춘 진현필을 연기하는 이병헌의 공헌도가 돋보이는 몇몇 신의 서스펜스는 상당하고, 결말부에서 펼쳐지는 필리핀의 액션신은 이 영화의 야심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의 오락적인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로부터 충족되지 않은 감상의 허기가 느껴진다. 깔끔하고 반듯하지만 매력이 결여된 미남을 본 기분이랄까.

사족이지만, 한편으론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마스터>여야 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물론 제목이란 것이 영화를 명확하게 대변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은 안 된다. 상영관을 나오던 그 때도,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왜 <마스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