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발전한 전기차를 타고

한국에서 테슬라를 시승할 기회가 생겼다. 놓칠 수 없었다.

테슬라가 한국에 상륙한다는 소문이 돈 것은 3년 전이었다. 그 후로도 다양한 소식이 전해졌지만 업계는 여전히 전체 그림의 일부분만 확인했을 뿐이다. 테슬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면 아래에서 무언가를 준비 중이다.

그들은 이미 한국에서 전문 팀을 꾸렸다. 모델 S 신형을 들여와 본격적으로 주행 테스트도 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어로 된 홈페이지를 열고 사전 구매 예약도 받는다. 얼마 전엔 스타필드 하남(지난 9월 오픈) 안에 테슬라 매장 부지를 계약하기도 했다.

“OPENING SOON. WINTER 2016”

굳게 닫힌 매장 앞에 적힌 이 간단한 문구가 어쩌면 현재 테슬라의 행보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단서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테슬라 모델 S를 체험해볼 기회가 생겼다. 카셰어링업체 ‘쏘카’가 관련 이벤트를 시작한 것이다. 쏘카는 한국 카셰어링업체 최초로 테슬라를 도입하며(향후 서비스를 고려하면서) 깜짝 이벤트로 고객 50명에게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자동차는 흔히 기업의 태도와 가치관을 담은 그릇이라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테슬라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품부터 경험할 필요가 있었다.

시승차는 모델 S 70D였다. 신형의 등장으로 지금은 구형 모델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 아직 특별히 조명된 적이 없는 모델이다.

모델 S는 배터리 크기와 구동 방식으로 모델명을 구분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60, 75/75D, 90D, P100D 모델이 팔린다. 이름 앞의 숫자는 배터리 크기(kWh)다. 숫자가 클수록 멀리 가고 성능이 더 좋다는 뜻. 기본적으로 한 개의 전기모터를 써서 뒷바퀴 굴림이지만, 듀얼모터(D)가 달린 모델은 앞뒤 두 개의 모터로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취한다.

모델명 앞에 ‘P’가 붙은 것은 퍼포먼스를 강조한 모델이다. 이런 모델은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2.5~3.2초로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을 발휘한다.

가장 발전한 전기차를 타고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차의 생김새는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덩치는 마세라티 기블리 또는 포르쉐 파나메라와 비슷하다. 엔진이 없는 구조지만 기존 자동차 디자인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앞뒤 트렁크 공간과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블 존 등이 이유일 것이다.

간결하고 깔끔한 디자인이지만 구석구석 최첨단 이미지가 융합된 흔적도 있다. 예컨대 도어 레버는 평상시엔 도어 패널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가 운전자가 다가가면 밖으로 ‘윙’ 하고 튀어나온다.

반면 실내는 미국 차 특유의 투박함으로 가득하다. 독일 차처럼 모든 부품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실내 일부 부품을 메르세데스-벤츠에 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이 차를 만들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기술을 주고받으며 협업한 흔적이다.

이 차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프리미엄 자동차의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하이테크 이동 수단을 강조한다.

센터패시아에 달린 17인치 세로형 중앙 디스플레이가 이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터치스크린을 통해 차의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 문을 잠그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라디오나 공조 장치, 심지어 시트 열선 조작까지 디스플레이로 구현했다. 터치 패널이나 계기판에 엔비디아 비주얼 모듈 기술을 써서 기존 CPU 대비 전력 소비가 적고, 그래픽 데이터를 부드럽게 처리한다.

재미있는 것은 선루프다. 단지 닫힘과 열림뿐이 아니라 열리는 범위를 퍼센티지로 세밀하게 표시한다.

트렁크는 앞 150리터, 뒤 740리터를 확보했다. 다시 말해 4명의 승객이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도 충분한 조건이다.

모델 S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역시 주행 성능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닌, 미국 실리콘밸리 태생의 IT 회사가 만든 차가 어떻게 달리는지 궁금했다.

모델 S는 이론적으로 운동 성능 측면에서 대단한 이점이 있다. 배터리와 모터 같은 무거운 부품이 낮게 깔려 무게중심이 낮다. 그래서 주행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안정적이다.

실제 주행에서도 이런 감각이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고 차분하게 차가 속도를 올린다. 모터의 토크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점이 놀랍다. 여느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금방 익숙해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놓을 때마다 회생제동(배터리 재충전)이 강하게 개입해 속도가 급격하게 준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코너링 성능과 핸들링 감각도 뛰어났다. 차 무게가 2톤을 훌쩍 넘지만 예상보다 민첩하게 회전했다. 코너를 향해 뛰어들 때 차체가 살짝 요동치는 것과 달리 타이어는 노면을 꽉 쥐고 예상한 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아쉽게도 테슬라의 장점인 오토파일럿 모드(자율 주행)는 테스트해보지 못했다. 한국에서 아직 인증받지 않은 기능이어서 사용이 불법이기 때문이었다.

70D는 한 번 충전으로 약 385km를 달릴 수 있다. 물론 주행거리는 운전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테스트 중 완전 충전 후 도심과 고속도로, 산길을 달리며 약 158km를 달렸다. 가혹한 테스트였지만 시승이 끝났을 때 주행 가능 거리는 약 170km였다.

이 정도면 분명 기존에 보던 도심형 전기차와 차별될 수준이다. 전기차라면 으레 느끼는 한계를 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석유 한 방울 없이도 원하는 곳을 가고, 차의 다양한 기능을 마음껏 누렸다. 왕복 160km를 달리며 주행 가능 거리를 전혀 계산하지 않았다. 부족한 충전 시설 때문에 투정할 필요도 없다.

이게 앞으로 다가올 미래이자 프리미엄 전기차의 새로운 가치다. 테슬라 모델 S는 그 잠재력을 보여줬다.

프리미엄 전기차와 카셰어링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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