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를 볼 때 눈에 띈 톰 하디의 시계

생과 사를 나누던 시계.

시계를 고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멋지다는 기준이 꼭 그렇듯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클래식한 시계가, 읽기 쉬운 전자식 시계가, 기능을 우선으로 하는 스마트 시계가 서로 다른 사람에게 최고다. 이 취향에 정답이란 없다. 각자의 일등이 서로 사이좋게 공존한다. 꽃다발처럼 평화로이. 시계는 패션이다.

전쟁 중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시계를 고르는 기준은 명확했다. 정확할 것. 생과 사를 가르는 경계가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모호할 때 시곗바늘만은 시간을 또렷하게 가리켜야 했다.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취향은 사치였다. 시계는 생존의 수단이었다.

세계 2차대전에 오메가는 약 11만 명에 달하는 영국 국방부 소속 조종사와 항해사에게 시계를 제공했다. 이 비율은 영국에 시계를 지원했던 스위스 시계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톰 하디가 영화 <덩케르크> 속에서 착용한 시계는 오메가 CK2129다. 제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의 로열 에어 포스 요원이 사용하던 모델이다. 다이얼을 테처럼 두르고 있는 독특한 베젤은 돌려서 스톱워치처럼 쓸 수 있었다. 총알을 날려야 할 때, 기다려야 할 때를 구분했다. 오메가의 시계는 또한 견고하고 믿을 수 있었다. 두 번째 크라운으로 시계를 잠그면 의도하지 않은 충격을 받아도 시간을 잘못 알려주는 일이 없었다.

실제로 전쟁 당시 2천 점의 오메가 CK2129가 공군에게 전달됐다고 알려진다. 폭넓은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영화적 세계를 꼼꼼하고 사실적으로 완성하는 걸로 정평 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래서 톰 하디의 손목에 이 시계를 채웠다. 전쟁도, 덩케르크의 생존전략도, 오메가의 시계도 모두 허구가 아니라 역사다. 역사는 영화 <덩케르크>에 기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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