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미우미우

1999~2008

옷장 정리를 하다가 미우미우 셔츠를 찾아냈다. 볼링공과 볼링 핀이 수십 개쯤 그려진 반소매 레이온 셔츠다. 2000년대 초반의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입을지 매일 고민했던 기억도 슬쩍 났다. 그땐 이런 활달한 옷이 좀 쑥스러웠다. 지금 보니 딱 요즘 옷이다. 몸집이 불지 않았다면 당장 입고도 남았을 것이다.

2008 S/S 시즌을 끝으로 미우치아 프라다는 미우미우 남성복을 접었다. 미우미우 여성복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수익 문제도 있었을 거다. 당시로서 쉬운 옷은 아니었으니까. 메트로섹슈얼이란 용어가 있었지만 미우미우는 또 결이 달랐다. 분류하자면, 패션에 죽고 못 사는 남자들이나 미우미우를 입었다. 그때 남성복 대부분은 점잖았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지금처럼 가깝지도 않았다. 그런 시장에서 미우미우는 유별나 보일 수밖에 없었다. 소년의 이미지를 활발하게 가공한 것도, 슈트에 캡을 씌우고 샌들에 양말을 신긴 것도 미우미우가 먼저였다. 그런 옷이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충분히 밀레니엄적이었다.

입지 않을 셔츠를 여름옷 무더기에 다시 끼워 넣었다. 그리고 옛날 캠페인 사진을 찾아봤다. 옅은 희열과 통쾌, 안도 같은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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