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은 미치고 싶다

1년간의 공백이 김소연에게 선물한 건 뜨거운 갈망이었다.

드레스 MSGM by 아이한스타일닷컴.

3년 만에 뵙는군요. 일단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3년 전 인터뷰에서 결혼에 대해 얘기했던 게 기억나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 인생에 결혼이라는 게 있기나 할지 막연하게도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했네요.(웃음)

이상우 씨와는 <가화만사성>에 함께 출연한 것을 계기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9개월간 촬영하면서 5~6개월 동안은 서로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어요. 눈빛 한 번 제대로 주고받은 적 없었죠. 그런데 주변의 스태프들이 이상우 씨가 호감이 있는 거 같다고 자꾸 말해주는 거예요. 그냥 잘못 알고 있겠지 했어요. 사실 처음에 서로 호감이 있었지만 둘 다 다가가는 성격이 못 돼서 잘 몰랐던 거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지금도 신기해요.

<가화만사성>이 50부작 드라마였으니 꽤 오랫동안 촬영했을 텐데.

9개월 정도 했어요. 아마 2000년 초반에 출연한 <엄마야 누나야> 이후로 처음 50부작 드라마에 출연한 거 같네요.

아무래도 긴 촬영 기간이 상대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맞아요. 그렇게 길게 촬영하다 보면 사람들의 다양한 면을 알게 돼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상우 씨는 좋은 면만 보였어요. 밤을 새우고 나서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담담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결국 저 역시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됐죠.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리고 상우 씨는 항상 본인이 배우로서 연기적인 기술이 부족하니 최대한 진실된 연기를 해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덕분에 현장에서 좋은 자극을 받기도 했어요.

니트 원피스 유돈초이. 스트랩 힐
스튜어트 와이츠먼.

살다 보면 가족이든 친구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인데 결국 배우자도 그런 상대이기 마련일 겁니다. 결국 이상우 씨의 담담함에서 의지할 수 있는 신뢰감 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르겠군요.

비슷한 나이인데 굉장히 어른스러워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빠처럼 의지하게 되기도 하고요.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두 분 다 낯가림이 있는 편인 거 같아요. 두 분이 <가화만사성>에서 함께 연기하기 전에도 광고 촬영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화만사성>에 이상우 씨가 출연한다는 게 결정되기 전에 광고 모델로 만난 적이 있었어요. 원래 제가 모델이었던 광고에서 남자 모델이 교체됐는데 이상우 씨가 온 거죠. 그런데 그때도 그냥 ‘안녕하세요’ 인사 정도만 했어요. 알고 보면 6년 전 어느 드라마 쫑파티에서도 잠깐 인사 정도만 했는데 그걸 기억하더라고요.

새삼스레 그랬던 사람과 결혼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네요.

상우 씨도 그렇게 얘기해요. 본래 자기는 결혼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지 않았대요. 저도 결혼 생각 자체를 차단하듯 살아왔던 사람이라 새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게 진리라는 걸 깨닫는 기분이었죠. 결혼을 결심할 때도 우리가 서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진행된 거 같아요.

오프숄더 원피스, 샤 스커트 모두 MSGM by 아이한스타일닷컴.

3년 전 인터뷰에서 ‘이왕이면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말처럼 스스로에게 편안한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한 것 같아요. 어쨌든 결혼이라는 과정을 관통함으로써 얻게 된 인생의 변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까 인터뷰에서는 결혼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지만 실제 속마음으로는 결혼이라는 단어를 완전히 외면하고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결혼하고 나니까 흔히 말하듯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굉장히 편안한 마음이 들어요. 물론 여전히 일에 대한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걸 같이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생기니까 더 예민해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편안한 사람과 애인 관계로 지내는 분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결혼을 생각해보시라고 추천까지 하게 되는 거 같아요.(웃음)

과거에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멈춰 있으면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조바심을 느꼈지만, 이젠 멈춰 있어도 쓰러지지 않도록 기댈 사람이 생긴 덕분에 함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맞아요. 매년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되지만 지금 제 나이에 들어오는 역할과 제가 원하는 역할에는 차이가 있어요. 주어지는 역할도 한정돼 있고. 그러니까 꿈만 꾸지, 현실로 느낄 기회는 드문 거죠. 지금 제 나이가 여배우에게는 잘하면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반면 스트레스가 극심한 시기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만약 이 고민을 혼자 떠안았다면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을 거 같아요. 다행히도 나무 같은 사람을 만나서 얘기할 수 있게 된 거죠. 덕분에 예전에는 잠을 못 이뤘지만 지금은 잘 자요.(웃음)

아로마 같은 남자를 만났군요.

맞는 말인데, 왜 이렇게 오그라들죠?(웃음)

연초에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했던데, 예능 출연도 오랜만이었죠.

사실 방송을 보고 내가 왜 나간다고 했는지, 조금 후회했어요. 제가 워낙 그런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라 말도 조리 있게 못할 거 같고, 걱정돼서 거절할까 고민하던 중에 출연 날짜가 잡혀버린 거예요. 그래서 운명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다녀오자 했지만 방송을 보니까 너무 긴장하는 게 보여서 오한이 다 느껴지더라고요.(웃음)

연기할 때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연기할 때도 초반에는 긴장하지만 며칠 지나면 현장이 눈에 들어오고 편하게 농담도 하게 돼요. 그런데 확실히 남들보다는 적응이 느린 편 같아요. 이렇게 오래 했는데.(웃음)

<진짜 사나이>나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예능에서는 나름 잘 적응하는 것 같던데요.

관찰 예능에서는 특별히 뭘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물 마시고, 밥 먹고, 평소 하던 대로 행동하는 게 예능이 되죠. 물론 장단점은 있어요. 일상생활이 전부 비춰지니 제가 미처 몰랐던 좋지 않은 습관을 숨길 수 없으니까요. 반대로 좋은 건 의외의 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거? 그래서 용기 내서 출연한 거죠.

샤 원피스 YCH.

어쩌면 배우로서 작품에 출연하는 게 가장 편한 일일지 모르겠군요. 그런데 생각보다 공백이 길어졌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얼굴에 세월이 쌓인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나고 싶었어요. 약간 센 캐릭터랄까? 악역에 가까워도 좋고요. <이브의 모든 것>으로 처음 악역을 맡았는데, 지금 그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기도 해요. 그렇게 캐릭터를 기다리다 1년이 지났네요.

1년 동안의 기다림이 평온했나요?

사실 다시 조급해졌어요. 하고 싶은 게 있지만 현실과 타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스스로 되뇌거든요. 그렇게 맡게 된 역할이 생기면 지금의 내 모습을 덧입혀서 좋은 작품을 창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다 떠나서,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요.(웃음) 그런데 이러다가도 제안받은 역할을 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고.

<식객>이랑 <아이리스>로 복귀하기 전에 3년 정도 공백 기간이 생겼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조급함이 있었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8년 만이에요. 그때 이후로 이렇게 오래 쉰 건. 그래서 한편으론 그때처럼 좋은 기회가 한 번 더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저를 다스리는 중이기도 해요. 사실 그때 얘기를 하기 싫은데도 자꾸 하게 돼요. 지금에서야 좋은 경험이었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좀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기다리는 역할이 와주기만 한다면 이 시간이 경험들을 흡수하며 웅크리는 기간이었다고, 뭔가를 잡고 일어설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가끔씩 신혼이라 일부러 쉬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늘 일은 하고 싶어요. 신혼여행을 짧게 다녀와도 되니까 불러달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웃음)

어쩌면 그 당시에는 표류하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어딘가에 정박해 있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때는 닻을 내리지도 못하고 돛을 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최소한 어디에 닻을 내리고 있고, 언제 돛을 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맞아요. 그때는 돌아갈 수도 없었어요. 이 일을 그만둘 생각도 못 했으니까.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배를 정비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 거 같아요. 실제로 그런 과정이었으면 좋겠고.

그런데 자기 관리가 철저한 거 같아요. 운동도 열심히 하실 것 같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몸무게 정도는 철저하게 조절하려 해요. 그런데 이상우 씨가 자기 관리의 신이라.(웃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운동을 해요. 심지어 결혼식 날 우리가 저녁 예식을 했는데 낮에 운동을 다녀왔다니까요.(웃음)

열심히 운동하시는 분들은 하루라도 안 하면 되게 피곤해하더라고요.

그렇지만 결혼식 날 헬스장에 가다니.(웃음)

이상우 씨가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예능에 출연하는 걸 봤는데 굉장히 조용한 성격이지만 그 안에 자신만의 낙이 꽤 많더라고요. 까면 깔수록 새로운 면이 보이는 양파 같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사실 거기서는 3%밖에 안 보여준 거예요. 정말 의외의 면이 많아요. 덕분에 저는 즐거운 일이 많죠.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는 굉장히 조용한 편이에요. 부부가 출연하는 관찰 예능에 출연해보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은 불편해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본인이 느낀 변화도 있었을 거 같아요.

일단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그 전까진 저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고 어떤 선입견을 바탕에 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은데,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로 저를 보는 분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어요. 덕분에 저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지는 만큼 저 역시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달라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저를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사나이> 출연 이후로 저를 편하게 대하는 거 같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그런 상황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고요. 어쩌면 나를 변화시킨 것만으로도 내겐 큰일이었는데 주위 사람들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전까진 어딜 가나 <미운 우리 새끼>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나 보군요.(웃음)

맞아요. 예전에는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 거 같았는데 이젠 다들 저를 너그럽게 봐주는 느낌이라 정말 편해요.

그런데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했을 때 다른 출연자분들에게 연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걸 보고 여전하시구나 했어요. 화보 인터뷰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언제나 고개 숙여 인사하고, 깍듯하게 대하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런데 혹시 촬영장에서 너무 상대를 배려해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건 아닐까 궁금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잘 못했어요. 그냥 분위기에 맞추려고 했죠. 워낙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서 일찍부터 어른들 이야기를 듣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순정에 반하다>에 출연할 때부터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한 거 같아요. 2015년이니까 얼마 안 됐죠. 그때 오디오 감독님이 “소연아, 너도 의견을 얘기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순정에 반하다>를 연출한 지영수 감독님은 항상 의견을 물어봤어요. 그러면서 제 의견이 반영되기도 하고, 그런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차기작인 <가화만사성>을 촬영할 때는 보다 적극적으로 상의하게 됐고요.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어쩌면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경험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맞아요. 그래서 그 전까지는 누군가의 말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경험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제시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배우의 역할을 스스로 재정의한 셈이군요.

갑자기 생각난 건데, 촬영장에서 운동화 끈을 묶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부르면 그 끈을 마저 묶고 가도 되는데 그냥 빨리 뛰어가서 끈을 대충 묶고 연기하는 편이었어요. 뛰어왔으니 호흡도 가쁠 텐데. 생각해보면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인데 괜히 나 혼자 조급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젠 준비가 됐을 때 연기하는 게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더 좋은 일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런데 여전히 실생활에서는 그렇게 못 해요. 운동화 끈이 풀린 채 달려가죠.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싫고. 다만 일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으려 하죠.

어쩌면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일을 하고 싶을 때이고, 해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를 굉장히 괴롭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제 혼을 쏙 뺄 만큼 센 작품이랄까요? 저는 미칠 준비가 돼 있거든요. 저를 막 뽑아 먹는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렬한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샤 원피스 YCH. 비주 스트랩 힐 지미추. 브라톱, 스키니 바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단순히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이라기보다 악에 받쳐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의미하는 걸까요?

맞아요. 아무래도 한동안 쉬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에 <왕좌의 게임>을 봤는데 어쩜 저렇게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고, 모든 배우가 연기를 잘하나 싶었어요. 악역을 응원하면 안 되겠지만 배우로서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미치겠다는 마음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제가 지금 굉장히 목말라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정말 저를 극적으로 끄집어내주는 역할이나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만약 <왕좌의 게임> 대본을 받았다면 어떤 역할이길 바라나요?

사실 다들 말하고 나면 놀라는데, 처음에 반한 건 ‘하프맨’ 티리온(피터 딘클리지)이었어요. 너무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지금은 세르세이 바라테온 왕비(레나 헤디). 딱히 이유나 사연이 없는 악역인데 정말 시즌이 거듭될수록 너무 연기를 잘하는 거예요.

사실 세르세이 왕비는 이해가 가는데, 하프맨을 말하는 건 의외네요. 저는 대너리스(에밀리아 클라크)를 말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대너리스도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딱히 선택하고 싶진 않아요. 저는 세르세이 왕비가 더 좋아요. 머리가 다 잘려서 군중에게 린치를 당하는 장면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무튼 시즌이 거듭되면서 배우들이 진화하는 것 같았어요. 너무 부럽더라고요. 한참 보다가 화면을 멈추고 다시 보고 그랬어요. 마음이 용광로처럼 끓는 느낌이라 계속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화보 촬영을 하는 것도 좋았어요. 잠시나마 몰입하는 기분이라.

혹시 화보 촬영 중에 스스로 어떤 캐릭터라 상상하진 않았나요?

그렇진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화보를 보니까 1년 전의 나와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결혼할 때와도 좀 다른 거 같고. 제게 뭔가 덧입혀진 느낌이랄까?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 이런 순간을 얻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내년에는 또 어떨까 싶기도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김남기 명창이 나와서 ‘아리랑’을 부를 때 너무 좋더라고요. 립싱크인가 싶을 정도로 무덤덤하게 부르시는데 정말 큰 울림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나이라는 게 사람한테 울림을 주나 보다 생각했어요. 노래를 잘해도 나이가 어린 분이었다면 그런 울림이 느껴지지 않았을 거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 제가 의외로 이 시간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교만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새로운 나를 스스로 좋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재미있어하고 있구나, 그런 느낌을 받아요.

최근에 좋은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어요. 이보영 씨가 출연하는 <마더>와 김남주 씨가 출연하는 <미스티>를 보면 그래도 요즘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를 잘 조명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그렇게 좋은 작품은 모든 배우가 원할 테니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나는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고민해봐야죠. 그리고 그런 기회가 정말 어렵게 왔을 때 스스로 준비돼 있어야 된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제 최소한 신발 끈은 묶고 가겠죠?

그럼요.(웃음)

그래도 예전보단 확실히 여유가 생겼나 보군요.

결혼의 힘이 큰 거 같아요. 나이가 든다는 게 스스로에게 변화를 가져다주는 일이란 걸 알게 되고 반가워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덕분인 거 같고요. 그래서 지금 원 없이 연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를 미치게 만들 그런 역할도 빨리 만나고 싶어요. 꼭 지금이 아니라도 돼요. 10년도 기다릴 수 있어요. 정말 만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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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MOK JUNGWOOK
헤어류 환희
메이크업오 지현
스타일링윤 은영
출처
3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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