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시작이다

2016년 8월, <에스콰이어>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는다. 과거는 뒤돌아볼 여유가 없다. <에스콰이어>는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다. <에스콰이어>에 어떤 꼬리표가 달려 있든 상관없이 <에스콰이어>는 <에스콰이어> 그 자체니 말이다.

20년 동안 축적돼온 <에스콰이어>의 DNA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현될 것이다. <에스콰이어>의 DNA는 ‘Man at His Best’ 속에 늘 존재해왔다. ‘Man at His Best’야말로 <에스콰이어>의 슬로건이자 트레이드마크인 것처럼 <에스콰이어>는 대한민국 최고 남성지의 지위를 한 번도 내려놓은 적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머무른다면 더 이상 진보는 없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잡지도 변해야 한다. 지금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환경 변화에 따른 유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페이퍼 미디어의 전성기는 끝이 났다. 모바일이 모든 영역을 잠식하고 있는 요즘 아날로그의 향수에 기대어서만 살 수 없다. 융합이라는 단어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제야말로 콜라보가 필요한 시대다. 잡지와 디지털, 잡지와 모바일, 잡지와 영상이 융합하는 시대야말로 머지않아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진화의 거스를 수 없는 대장정으로부터 우린 비켜 갈 수 없다. 비로소 <에스콰이어>는 허스트중앙이란 이름 아래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처럼 <에스콰이어>는 강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모든 격동의 세월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에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은 어떠한 형태로든 콘텐츠에 몹시 목말라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플랫폼의 다각화다. <에스콰이어>는 더 이상 페이퍼 미디어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동안 페이퍼 미디어의 한계로 지적돼온 일방적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모바일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할 것이다. 이제 와서 새삼 디지털에 눈뜬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가 낯부끄럽고 한참 늦은 감이 있어 보이지만 결코 늦지 않았다.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가 어떠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잡지의 미래가 달라진다. <에스콰이어>는 더 이상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는 월간지가 아니다. 독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천후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미디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스콰이어>의 인적 쇄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에스콰이어>는 먼저 편집부의 진용을 새롭게 짰다. 변화에 걸맞게 꿈의 어벤저스 팀을 만들기 위해 잡지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끌어모았다. 물론 읍참마속의 아픔은 있었다. 제 살을 도려내야 하는 아픔이다. 하지만 <에스콰이어>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고통도 감수해야만 했다. 최고의 에디터와 최고 필진을 구성하기 위해 이종교합의 위험도 무릅썼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최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 물이 필요했다.

세상은 어떠한 형태로든 콘텐츠에 몹시 목말라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플랫폼의 다각화다. <에스콰이어>는 더 이상 페이퍼 미디어에 안주하지 않는다.

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에디터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왔던 저널리즘의 절대적 진리도 디지털의 광풍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졌다. 잡지는 디지털과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저널리즘을 탄생시켰다. 잡지 저널리즘은 신문과 방송의 그것과 다르다. 신문은 객관적 정보를 생명처럼 여기지만 잡지는 주관적 관점이 중요해졌다. 편견과 독단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우리는 저널리스트라고 부른다.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은 훌륭한 저널리스트이자 편집자들이다. 즉 전문가 집단인 것이다. 편집부가 보다 세련된 문체로 시대 담론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에디터 각자 트렌드를 리드하는 트렌드세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에디터들이 각자의 역량을 총집결했을 때 비로소 완성도 높은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종이 잡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지금도 그 믿음은 변함이 없다. 단, 디지털과의 융합 없이 홀로 살아남 을 수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 함께 가야 하는 것이 맞다.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잡지 없이도 인간은 살아가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잡지를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요즘 젊은 세대는 긴 문장을 쓰기 어려워하는 것은 고사하고 긴 문장을 읽는데도 힘겨워한다. 그러다 보니 논리적 자기표현이 서툴다. 요즘 대필이 유행이라고 한다. 자기소개서는 물론 반성문, 각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서를 대필해주는 직업이 각광받을 정도다. 이는 글을 읽지 않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서글픈 사례다. SNS를 통해 짧은 문장만을 주고받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이다.

그런 점에서 잡지는 훌륭한 텍스트의 보고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데 잡지만 한 것도 없다. 결국 앞으로는 잡지를 항상 옆에 두고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고의 차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디지털과 모바일이 대세라고 하나 잡지가 영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잡지는 마르지 않는 지식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에스콰이어>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융합을 통해 잡지의 외연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에스콰이어>는 제2의 전성기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허스트중앙이란 새 이름과 더불어.

편집장 민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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