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의 <에스콰이어>

<에스콰이어>가 본격적으로 성년 시기를 맞이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풋풋한 약관의 나이다. 아직 설익지만 그렇다고 물색없이 유치할 나이는 아니다. <에스콰이어>가 창간 21주년을 맞이하여 비로소 디지털의 세계로 대항해의 닻을 올렸다. 이제 미디어는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9월부터 <에스콰이어>는 새로운 진용과 콘텐츠로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 계정의 새 출발을 알렸다. 10월에는 3개월 동안의 새 단장을 마치고 웹사이트를 재오픈해 디지털 미디어로서 위상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잡지, SNS, 웹사이트, 디지털 매거진(APP) 등 네 가지 플랫폼의 융합을 통해 <에스콰이어>는 비로소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얻게 됐다.

융합 미디어로의 변신은 <에스콰이어>를 모바일이나 웹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에스콰이어>는 텍스트와 사진 위주의 평면적 틀에서 벗어나 영상이나 음성을 활용한 멀티미디어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히 트래픽 수나 ‘좋아요’ 클릭 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의 결속력을 강화해 <에스콰이어>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에스콰이어>는 트렌드이자 현상이다. 이런 무형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바이럴의 허수는 이미 겪어볼 만큼 겪어봤다. 클릭 수에 연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커뮤니티를 확보하느냐다. 타깃 마케팅에 유효한 커뮤니티의 실체는 바로 브랜드 파워로 직결된다. 디지털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진정한 투자다.

그렇다고 <에스콰이어>가 앞으로 디지털에만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에스콰이어>의 근간은 종이 잡지에 있다. 뿌리와 줄기가 튼실하지 못하면 잎사귀도 열매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호부터 많은 변화가 감지될 것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패션에서 시작된다.

<에스콰이어>에서 패션은 주요 콘텐츠 중 하나다. 패션은 <에스콰이어>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에스콰이어> 패션을 보면 잡지가 추구하는 콘셉트나 지향하는 바가 명징하게 드러난다. 2016년 10월호 <에스콰이어> 패션은 여느 달과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단순히 보는 패션이 아니라 읽고 사고하는 패션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화보를 보고 막연하게 따라 하기보다는 왜 옷을 잘 입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에스콰이어> 패션의 궁극의 목적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에스콰이어> 패션은 인문학이다. 패션의 본질과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옷을 잘 입을 수 없다.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패션이란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남자의 멋 내기는 날라리들의 헛바람이 아니라 자기 탐구에서 비롯한다. 자기 탐구는 곧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긍정의 에너지다. 긍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어떠한 일을 하든 성공할 확률이 높다.

사실 그동안 패션 콘텐츠는 광고주의 비유 맞추기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패션 광고비율이 전체 광고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패션 광고주가 알게 모르게 편집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솔직히 말해 광고주와 매체 사이에 연결된 고리는 끊을 수 없을 만큼 공고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에스콰이어>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지키기 위해서 편집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은 종이 잡지 고유의 저널리즘을 외부 간섭으로부터 방어하는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광고 친화적 콘텐츠는 SNS나 웹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이 매체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자사 브랜드의 바이럴 효과다. 현재 바이럴에 가장 효과적이고 최적화된 플랫폼은 SNS다. 결국 <에스콰이어>와 같은 매체 파워를 등에 업은 SNS 계정이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툴(tool)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에스콰이어>의 저력을 과시했던 피처 부분에서도 혁신적인 변화가 기대되기는 마찬가지다. <에스콰이어> 피처 기사는 시사 영역을 대폭 늘려 시대정신을 담아내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출처를 알 수 없는 SNS의 가볍고 얕은 정보와 달리 <에스콰이어>는 교양 잡지로서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읽는 재미를 더했다.

현재 <에스콰이어>의 최대 경쟁 대상은 타 잡지가 아니라 바로 디지털이다. 그동안 디지털 때문에 많은 잡지가 명멸해갔다. 지금은 잡지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디지털과 손을 잡은 격이다. 그렇다고 경쟁 관계가 끝난 건 아니다. 잡지가 디지털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디지털이 하지 못하는 분야를 파고들어야 한다. SNS의 글은 점점 짧아지고 동영상은 짤방이나 움짤로 4초 이내에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날로 자극적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그런 디지털 환경에서 잡지가 자생적 길을 찾는 방법은 한층 더 아날로그화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즉 잡지만의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잡지는 자극적 메시지에 즉각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지식의 원천이어야 한다. 디지털은 그 플랫폼에 맞게 짧고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지만 잡지는 아날로그답게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감성을 건드려야 한다. 앞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 양날의 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나에게 디지털은 여전히 머나먼 미지의 세계이지만 긍극의 목표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다룬다는 점에서 영역의 확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제 잡지 편집장도 달리 불려야 할 판이다. 종이 잡지의 편집을 관장(editor)하는 장(chief)이 아니라 온라인, 오프라인 등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해내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디렉터(creative contents director)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싶다.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 만큼 사람도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이 진화의 소산이듯 <에스콰이어>의 발전적 변신 역시 필연이다. 이번 창간 기념호를 계기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에스콰이어>를 독자들에게 내놓게 돼 편집장으로서 여간 뿌듯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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